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알파고(AlphaGo)와 바둑 9단 이세돌이 세기의 대국을 겨루었다. 사람들은 모두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 했고. 이세돌 역시 그렇게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세돌이 4대 1로 대패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이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것 같아 두렵기만 했다.

지난 세월 농업혁명을 이루는데 오천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지만 2차산업화 3차정보화의 혁명은 100년도 못되는 사이 압축 성장을 해왔다. 기계문명의 자동화와 컴퓨터 인터넷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업의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들은 우리사회의 유망직종이 또 잠식 당하지 않을까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60년대 아들, 딸 4남매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무더운 여름 아침 일찍 중앙시장 얼음집에서 얼음덩이를 사 나르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 냉장고도 TV, 세탁기, 전화기도 없는 암울한 시대를 겪어온지라 가전제품, 스마트폰, 자가용까지 문명의 이기를 모두 누리고 사는 세상이 됐는데도 갑자기 예고 없는 인공 지능시대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의 감성과 창의력이 필요한 문학도 장르나 취향 작가스타일을 입력하면 멋진 소설이 편집되는 시대다. 일본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응모해 당선됐다는 보도가 있다. 이제 지식 정보의 진화는 인공지능의 새로운 문명이 우리들 주변에서 질주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일 준비도 없이 그 물결은 폭력적으로 우리들 곁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멋진 신세계’는 풍자가 심해 믿어지지 않지만 관심을 갖게 되는 이야기는 세계적인 저성장시대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선 저출산은 ‘인구절벽’이라고까지 할 만큼 생산인구가 급감하게 되어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감당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인공 지능 시대가 성숙되면 생명공학에 의해 인간을 생산해 내는 대규모 인큐베이터 공장에서 사람의 여러가지 유형으로 필요한 만큼 생산해 낸다는 것, 따라서 인구의 팽창이나 감소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생명공학 기술로 인간의 질병도 적어지고 늙지도 않아 수명도 100세에서 120세 이상 무한대로 살 수 있는 장수시대가 된다하니 중국 진시황제가 그토록 염원했던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이 실현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모든 노동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무엇을 할까. 결혼제도도 없어지고, 윤리도덕의 억압도 없어진다니 인간의 고민과 갈등은 비인간화의 문제로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날과 같은 기술 문명시대에는 인간성 상실을 예견하고 인간성 회복을 전제로 한 인공지능 문명의 세계를 열어 가야할 것이다. 즉 인공지능 컴퓨터도 인간이 만든 생산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비인간화와 불평등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역량을 기울여야 하리라. 지능형 로봇이 아닌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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