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겼다. 16만 개의 기보를 분석하면서 스스로 학습하였다고 하는 알파고가 1~3국에서 승리했지만, 이세돌 9단은 3번의 학습 결과 인공지능을 극복했다. 이세돌 9단이 처음 이야기한 5대 0의 승리보다 더 큰 승리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어떠한 존재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결에 임했다. 소위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의 대결이다. 정보 비대칭에서 정보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항상 손해를 입게 된다. 이세돌 9단은 이를 3번만에 극복했다. 이것이 인간이 기계와 다른 것이다.

체스광이었던 톨스토이는 만년에 그의 일기에서 “체스가 과학이라면 바둑은 철학이다”라고 쓰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다는 것에 대하여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결에서 1~3국을 패하자 사람들은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 그 이유는 인간만이 가지는 철학이 과학에 의해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서 인간이 졌다는 것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자연 생태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을 치타라고 한다. 100m를 3초에 달리는 속도인 무려 시속 110Km라고 한다.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로 100m를 9초대로 달리는 우사인볼트가 치타와 대결해 패배했다고 우사인볼트가 일방적으로 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과 물질로 형성된 인공지능은 다른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이 아니다.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것일 뿐이다. 다른 것을 같은 차원에 놓고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비논리적인 것이다.

입신한 바둑의 고수들은 100수 이상을 본다고 한다. 그러나 알파고는 구굴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컴퓨터 1천202대를 연결해 초당 10만가지 수를 고려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 둘의 대결을 승과 패의 차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인류는 기계를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핵무기처럼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도 예측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인간을 인공지능 기술로부터 소외시키고, 인공 지능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결에서 진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고, 이긴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조치훈 기성(棋聖)이 바둑 천하 통일을 한 비결에 대해  `무심(無心)’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알파고가 이긴 것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고, 이세돌 9단이 진 것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1국에서는 그 특유의 자신감, 3국에서는 한국 대표, 인간 대표와 같은 막중한 책임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그 책임감이 4국을 승리로 이끈 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의 힘이 인공지능을 인간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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