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인간 행동에서 외곬은 좋게 보아 집념이고, 좋지 않게 보면 고집으로 비추어진다. 자기의 주장을 외곬로 지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성공의 핵심요인이 될 수 있고,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이 고집의 성패를 가름한다. 몽테뉴는 이 고집을 어리석음의 가장 확실한 표시라고 한다. 특히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고집이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행태와 연결돼 고집불통이 되면 좋게 비추어지지 않는다.

고집이 한 단계 올라서서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을 아집이라고 한다. 아집에 의해서 명백하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억지를 부려서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것은 옹고집 또는 황소고집이 된다. 아집이나 고집의 심리 상태는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최초의 심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한다. 즉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고집과 반대의 행동으로 과거에 손해를 본 역사가 있고 그것에 의해서 행동이 지배된다.

이규태는 조선 시대 선비 행세를 하지 못한 양반을 세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 첫째는 양반은 천민이나 평민이 하는 농사나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생업을 팽개치고 헐벗고 주려 죽어 가는 양반을 ‘옹고집 양반’이라고 한다. 둘째는 소위 쁘띠 부르조아처럼 관가에 드나들면서 양반 행세를 하다가 관리에 빌붙어서 공금을 횡령하여 가난을 모면하는 양반으로 깡고집 양반 또는 깡반을 의미한다. 셋째는 굶어 죽기보다는 평민처럼 농사일이나 장사를 하지만 양반이라는 신분을 절대 잊지 않는 양반으로 이를 숫고집 양반이라고 한다.

이들 양반의 공통점은 명(名)을 고집해 실(實)을 상실하는 것이다. 옹고집 선비 한 사람이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온 비약을 쓰자고 하여 자식이 약을 달여서 가져오자 선비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약은 먼저 사당에 고하고 마셔야 한다면서 절차를 고집, 사당에 업혀 가는 도중에 선비는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이 고집 센 양반들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양반 자신보다는 양반집 식솔이다.

지금 사회의 모든 부분이 어수선하다. 원유값이 떨어지면서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가져오고, 핵 문제와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는 20년 뒤로 돌아가고, 지역 보육 대란은 끝이 보이지 않고, 선거구 획정 없이 정치판만 키우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만 높아지고 있고, 정부는 불확실성을 줄이기보다 그것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그 내면을 보면 명분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정책결정자나 결정자 집단의 옹고집, 깡고집, 숫고집이 보인다.

그 고집의 피해자는 예나 지금이나 결정자가 아닌 국민이다. 그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희망을 잃어가는 것이다. 속된 말로 옹고집을 똥고집이라고 부른다. 똥고집 부리는 사람은 자신이 고집을 부르는지 모른다. 그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들어하고 억울해하는 국민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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