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병신년! 심술궂지만 아나운서의 멘트가 다소 곤란한 해이기도 하다. 말할 때마다 자막으로 한자를 병기해야 할 상황이다. “병신 같은 놈이 아니라 우리 땅에 ‘병신년’이 들어섰다” 난데없이 원숭이가 욕을 먹은 것 같아 불쌍하다.

새해인사를 카톡으로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 병신같이 지내지 말고 좀 더 현명하게 지내보자는 친구의 멘트가 나에게 쉽게 와 닫는다. 비록 사람들의 비웃음에 섭섭하더라도 나에게는 좋은 한해가 되리란 인사말이다. ‘병신년에는 꾀 많고 똑똑한 원숭이처럼 현명하고 슬기롭게 살고 언제나 더불어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원한다’고 보내온 인사말이다.

병신(丙申)은 육십간지 중 서른 세번째로 병(丙)은 붉은색을 의미하며 남녘이라는 뜻이 있지만 밝음을 표시하는 뜻과 불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신(申)은 원숭이를 의미하며 십이지 중에서 아홉 번째의 지지(地支)이다. 그래서 ‘병신년(丙申年)’은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의미이다.

2016년의 나의 멘트 ‘더불어 살자’를 지향하는 해이다. ‘나와 더불어, 가족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 살자’고 고교 은사님이 항상 조회시간에 했던 멘트이다. 내가 ‘더불어 세상에 살다가 평화를 기원하리라’는 멘토를 할 것이란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지나갔다.

어느 날 다윗 왕이 반지가 하나 갖고 싶었다. 그래서 반지 세공사를 불러 그에게 말했다. “나를 위한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내가 승리를 거두고 너무 기쁠 때에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절망에 빠지고 시련에 처했을때엔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어라.”

“네 알겠습니다. 폐하” 세공사는 그 명령을 받들고 멋진 반지를 만들었다.

반지를 만든 후 어떤 글귀를 넣을지 계속 생각했지만 좀처럼 다윗이 말한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하고 고민해도 적절한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서 다윗의 아들 지혜의 왕 솔로몬을 찾아갔다.

“왕자시여 다윗 왕께서 기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기라고 하시는데 어떤 글귀를 적으면 좋겠나이까?” 솔로몬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지혜서 ‘미드라쉬’에 나오는 유태인들이 항상 즐겨 읽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붙잡고 유태인들은 나치 학살의 그 어려운 시기에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살다가 내가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날이 병신년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숭이만 애잔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애잔하다. 지금 잘 나간다고 우쭐대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너무 괴롭고 슬퍼서 하루도 살기 힘들어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아름답고 예쁜 젊음이 영원할 것 같아도 이것 또한 지나간다. 과거 경제발전의 환상도 지나가고 있다. 남은 것은 국민들의 배려와 미래를 생각하는 현명함이다. 

인생은 항상 돌고 돈다. 항상 잘되던 사람도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고, 지금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반드시 자기가 꿈꾼 행복한 날이 언젠가 올 수 있다. 병신년의 멘트로 ‘더불어 사는 세상, 남을 배려하는 세상!’ 병신 같아도 현명하고 슬기롭게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질 때 행복하게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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