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정 / 25·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7대 총선이 끝났다. 외양상 여당의 승리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참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번 선거는 지지하는 정당, 인물을 뽑는다기 보다 싫어하는, 배척하고 싶은 쪽의 반대편을 선택하는 선거였다. 말하자면 ‘차떼기’와 ‘방탄’ 그리고‘탄핵’에 대한 심판으로 국회의원을 ‘탄핵’하는 성격이 짙었다.
탄핵 당시 국민은 70%에 달하는 ‘반대’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거둔 성과는 30%대의 정당지지율과 턱걸이 과반이다. 대략 20% 지지를 손 안에서 놓쳐버린 셈이다.
‘탄핵’은 분명히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일이었다. 총선전략의 하나로써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가 무엇이냐는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선전한 이유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노동당에 비해 정책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시민단체들이 속속 민주노동당 지지세력으로 바뀌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차떼기’와 ‘방탄’ 파문에도 불구하고 제1당을 노려볼 만큼의 ‘괴력’을 발휘한 것은 ‘안정감’ 때문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탄핵역풍으로 명맥을 보존하기도 힘들 정도로 타격을 입었지만 열린우리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20%는 결국 ‘그래도…’ 하는 마음으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의 또 하나의 대립구도는 신-구세대라고 할 수 있다. 20∼30대와 50∼60대의 지지성향은 같은 국민인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층이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다.
젊은 층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열린우리당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기’란 거품같은 것이고 신세대들은 지극히 충동적이지만 또한 지극히 냉정하기도 하다.
한순간의 인기에 안주하지 말고 정책성과 안정성을 보완하며 본래 꿈꾸던 참된 민주사회 건설이라는 이상을 지켜나가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