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아침부터 맘이 달떴다. 하기야 마음이 달뜬 것뿐 아니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은 것은 벌써 지난주 사전답사를 갔다 오면서부터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아직도 이 행사만 치르려고 하면 괜스레 마음부터 들뜬다. 더구나 올해는 청주 인근 오창에서 모이기로 결정된 뒤라 더더욱 그랬다.

낙엽제! 어느새 40년 가깝게 지속되어온 모임이다. 1978년 7·8문학회가 창립되어 이듬해인 79년부터 시작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36년 된 행사다. 낙엽제는 청주대학교 문학회인 창작문학회에서 매년 가을에 일 년을 마무리하며 개최하는 모임이다. 창립 초기에는 우리 문학회 또한 어수선한 정세 못지않게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7·8문학회에서 창작그룹으로, 또다시 창작문학회로 세 번이나 명칭이 바뀌었다. 또 본래는 재학생들이 주축이 되었던 모임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문학회 출신의 졸업생들까지 함께 모이는 행사가 되었다. 그런데 벌써 여러해 전, 대학 문학 동아리에 신입회원들이 들어오지 않아 재학생들의 명맥이 끊겼다. 그래서 이제는 졸업생들만 모여 행사를 치루고 있다.

우리가 처음 문학회를 시작하였던 때는 문학에 뜻을 둔 스무 살 안팎의 청년들이었다. 그랬던 청년들이 이제 회갑이 가까워졌고, 장년의 나이들이 되었다. 그래도 만나면 예전처럼 즐겁기만 하다. 그동안 100여명 중 절반이 넘는 회원들이 신춘문예나 신인상 등 각종 공모에 당선되어 시인이나 작가로 등단했다. 개중에는 쓰는 것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만 전념하는 회원도 있지만 그 누구도 쓰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는다. 그저 만나는 것이 즐겁다. 만나서 40년 전 그때로 돌아가 밤새 술 먹고 떠드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오후가 넘어서며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회원들이 하나둘씩 낙엽제가 열리는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주방에서는 1박2일 동안 회원들이 먹을 식사와 육개장이 끓기 시작하고, 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마당에는 밤새 모닥불을 피울 장작이 더미를 이루고, 삼겹살을 구을 바비큐 통에도 숯불이 피어오른다. 모닥불 주위로 마당에는 상들이 줄줄이 펼쳐지고, 마치 70년대 시골 잔칫집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날이 어두워지며 장작더미에 불이 붙여진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꽃이 별빛과 어우러진다. 썰렁하던 산골 밤공기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에 훈훈해진다. 올해는 두 명의 회원들이 시집을 출간해 그것을 축하하는 자리까지 겸해 더욱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향기 짙은 들국화를 꺾어다 꽃다발을 만들고, 회원들의 마음을 담아 만든 기념패도 두 시인에게 전했다. 술안주 삼아 두 시인의 시도 낭송하고 화답하는 시도 건넨다. 누군가가 삼십여 년 전 발간된 문집을 가지고 와 읽자 모두들 박장대소한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과거를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이런 낙엽제 모습은 앞으로도 조금의 변함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내년 낙엽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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