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하여 여야 정치권과 역사학자 간에 격론이 지속되고 있다. 국정화를 찬성하는 입장은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너무 편향적이라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입장은 국정화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침해하여 민주주의와 학문 발전에 이바지하지 못한다는 시각이다.

이들 주장에는 모두 전제가 있다. 국정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국가가 주도하여 역사 교과서를 만들면 역사에 대한 해석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여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국정화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검인정 교과서를 채택하게 되면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해석으로 학문발전에 이바지하고 역사가 위정자에 의해서 편향되게 해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두 주장 모두 반증 가능한 주장으로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논쟁적 이슈에 대한 주장의 옳고 그름은 이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서 달라진다.

무위(無爲), 무욕(無慾), 무지(無知)의 정치관을 펼친 노자(老子)는 무지를 위해 지식이나 학문을 버리라고 하고 있다.

노자는 “학문을 없애야 걱정이 없게 된다.” 특히 지식이나 학문이 위정자에 의해서 악용되어 자연스럽게 생육화성(生育化成)할 백성을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자는 “지혜가 나옴으로써 큰 거짓이 있게 된다”고 한다. 로버트 트레버스도 우리말로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라고 번역된 책에서 진화와 지식이 인간으로 하여금 남을 속이는 것을 더욱 강화하는 자기기만을 촉진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결정한 정부와 관료집단, 국정화에 대하여 자기주장만 펼치는 여권과 야권은 국민을 속이기 위해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 정치권은 역사를 학문이나 과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본다. 노자의 사상에 의하면 정쟁화되어 버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하여 찬성하고 반대하는 입장이 가지는 모순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하여 먼저 결정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정책의제화에 대한 이론에 의하면 전형적인 동원형에 의한 정책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동원형에 의한 정책 의제화는 항상 강한 반발을 가져오게 되고, 정책이 집행되어도 그 효과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역사 교과서와 같이 논쟁이 많은 정책적 이슈에 대하여는 다양한 입장의 주장을 펼 기회를 동등하게 주고, 합의에 따라 정책 의제화하고 정책을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 가장 합리적인 국정화 논쟁의 해결은 사회적 합의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수준에서 대부분 국민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왜곡되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가진 국민의 생각이 반영된 역사교과서 정책이 요구된다. 정치가 역사를 해석하면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없게 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