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방송고 학예경연대회가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방송통신고등학교 학생들의 축제인 이 학예경연대회는 올해로 35회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대회가 분명 고등학생들의 학예경연대회임이 틀림이 없는데 막상 대회장에는 10대 고등학생들의 숫자는 그리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학교에는 10대 학생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10대부터 60~70대 어르신들까지 함께 다니고 있으니 경연대회장에 나타난 상당수의 참가학생들이 10대 보다는 성인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중년이 되어서야 어린 시절에 놓쳐버린 학창시절을 되찾아 가까스로 고등학생이 된 늦깍이 학생들! 게다가 경연대회에 영광스럽게도 학교대표로 참가하게 된 학생들은 설렘과 기대에 찬 모습으로 대회장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나 그리웠던 학창시절이었을까? 어떤 여학생들은 교복을 갖춰 입고 인솔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 여학생들은 10대 소녀가 아닌 50대의 중년 여성들이었다.

기쁨과 회한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학업을 향한 그 아름다운 정열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50대 중반의 어느 참가자는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를 말하면서 “자식들 앞에서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60세도 넘어 보이는 어떤 여학생은 “끝까지 공부하여 박사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사정으로 제때 공부를 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 후 펼쳐지던 삶도 고달프고 힘들기만 했지만 자식들을 다 키워놓은 지금은 못 다한 공부에 매달리고 싶다고 말씀하기도 하였다.

생업에 쫓기면서도 매달 격주 일요일이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고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원격 수업에 매달리면서도 오직 공부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런 말을 할 때 그분들의 얼굴은 진지했다. 너무도 진지하고 솔직하고 희망에 차 있었다.

대회는 학예, 문예, 서예, 음악, 미술, 컴퓨터, 영어회화 부문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모두가 진지했다. 그리고 열심이었다. 음악의 양악 부문에 참가한 어떤 참가자는 나비넥타이에 연미복 차림으로 평소 연습한 가곡을 열심히 불렀고, 국악 부문에 참가한 어떤 여학생은 판소리 창으로 평소의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물론 경연대회이니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상도 주어졌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상 자체에 연연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참가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듯싶었다. 노래를 부르다가 가사를 잊어 실수를 하더라도 웃음으로 소화해 버리기도 했다. 참관 학생들도 실수가 자신들의 일인 양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제 축제는 끝나고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수업을 받고 인터넷 원격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조용히 그러면서도 역동적으로 생활하며 미처 이루지 못한 학업에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의와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왕 늦은 김에 대학에 진학하여 석사, 박사까지 끝까지 도전해 보도록 권한다.

늦깍이 고등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일반고에서 중도 탈락한 10대 일부 학생들에게도 교훈이 되고 있다. 또 학업에 전념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식들에게도 부모님의 노력하는 모습은  꿈과 희망! 그리고 삶의 귀감이 되리라 믿는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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