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진 충북테크노파크차세대반도체센터장

누구나 다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비록 1980년대에 들어서서야 반도체 산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이지만 과감한 추진력과 섬세한 기술을 앞세워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를 상회하여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은 험난하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도 동반 성장시켜 명실상부한 반도체산업 1위 강국이 되도록 하는 정책적 혜안 도출의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최근 몰라보게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거센 도전과 메모리반도체사업으로의 진출 선언도 방어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코리아’의 기치를 내걸고 4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반도체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 계획을 단일 반도체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SK하이닉스의 M14 준공식장에서 과감하게 발표했으며, 내용은 M14에 대한 장비 투자와 청주, 이천에 각각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것이다.

사활을 건 치킨게임에서 쟁쟁한 나라들을 물리치고 우리나라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세계의 반도체업계를 면밀히 분석하여 자신 있게 밀어붙인 승부사적 판단과 과감한 투자가 경쟁자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번의 투자 결정이 마침내 우리나라가 미국을 넘어 대망의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설에 15조원이 넘게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를 품고 있는 충청북도와 청주시에서는 대대적으로 환호하고 있다. 충북 경제 4% 달성을 위하여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는 충북도로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셈이며, 청주산업단지의 경쟁력강화사업 선정에 이어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라는 호재를 만난 청주시는 첨단산업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여건까지 마련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투자를 추진하도록 제반 행정절차를 철저히 지원해야 할 것이며, 새로이 들어설 시설에 대한 부지마련 문제와 관련해서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진행으로 거대한 계획이 차근차근 현실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의 주력 제품은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서는 현재 위치를 굳건히 지키며 나아가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도록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께서 축사에서 밝힌 것처럼 시스템반도체와 제조장비의 경쟁력 강화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스템반도체와 반도체소재, 장비, 설비 등 관련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의 지원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고 키우는 일은 정부와 함께 SK하이닉스가 담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아름답고 영롱한 진주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조개 내에 우선 핵(核)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 핵 주위로 분비물들이 뭉쳐져 커지면서 진주는 성장한다. 청주에 SK하이닉스라는 든든한 핵이 있으니 그 주위로 관련 기업들이 모여들어 훌륭한 진주를 만들 차례다. 이런 진주 같은 반도체 생태계가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으뜸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며 비로소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코리아!’, 젊은 날에 제법 긴 시간을 SK하이닉스에서 보냈던 필자도 SK하이닉스의 발전을 기원하며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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