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마이산에 난 ‘사람의 길’

▲ 마이산은 한강으로 향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마이산을 중심으로 하나는 진천과 이천 사이의 음성 망이산성 서쪽 안부를 통과하는 길이 있고 다른 하나는 망이산성 동쪽과 팔성산성 서쪽 사이의 평야지대를 통과해 이천의 설성산성을 지나 서울로 향하는 길이 있다.

정상에 난 지름길, 사람을 위한 길

 

국어사전에서 ‘길’이란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한자에는 경(徑:지름길), 진(畛;두렁길), 도(도랑), 도 (道:길), 로(路:거쳐가는 길) 등의 길을 나타내는 글자가 있다. 이러한 글자의 공통점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의미한다. 유교경전의 하나인 ‘주례’에 따르면 경은 소와 말이 다닐 수 있는 오솔길, 진은 대차(大車)가 다닐 수 있는 소로(小路), 도(도랑)는 승차(乘車)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길, 도(道)는 승차 두 대, 로는 승차 세대가 나란히 갈 수 있는 넓은 길이라 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지방행정기관 중에서 가장 상급에 속하는 것을 도(道)라 했는데 이는 수도로부터 각 지방 까지 뻗은 길을 도(道)라 부른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옛 사람들은 길에 대한 기준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류해 놓고 필요에 따라 크기와 용도를 달리해 사용했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나 길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유난히 길에 대한 관용어구와 속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길 닦아 놓으니까 깍정이가 먼저 지나간다’는 의미는 누군가 정성들여 일을 이루어 놓았는데 그 덕은 엉뚱한 다른 사람이 가져가 보람 없이 되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길로 가라니까 뫼로 간다’는 말은 편하고 유리한 방법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굳이 자기 고집대로만 함을 이르는 말로 타인의 지시나 윗사람의 조언을 듣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을 꾸짖을 때 사용한다. ‘길 아래 돌 부처’라는 표현은 무슨 일에나 아무 관계없는 듯이 무심히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길에 돌도 연분이 있어야 찬다’는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인연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길을 떠나려거든 눈썹도 빼어 놓고 가라’는 말은 여행을 떠날 때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짐이 되고 거추장스럽다는 말이다.

‘길이 멀면 말의 힘을 알고 날이 오래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속담은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사귀고 지내보아야 그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는 말은 언행을 소홀히 하지 말고, 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거든 아예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의미다.

길을 소재로 한 속담이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고 널리 통용되는 것은 그 속담의 의미가 갖고 있는 커다란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이 없던 옛 사람들은 오직 두 발로서 길을 나서는 것이 보편적인 일상이었다. 길과 관련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중요해졌고 시대를 거쳐 오며 발전한 속담들은 현대인들의 일상에도 비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삶의 지혜화 교훈이 되고 있다.

삼국시대에 음성지역은 삼국의 접경지대로 격전장이었다. 초기 백제가 점령했다 통일신라의 땅이 된 마이산 망이산성으로 난 길에 대해 서영일교수(경원대 아시아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는 상주에서 추풍령을 통과해 한강유역으로 이르는 옛 고대 교통로를 ‘추풍령로’라 했다.(‘신라 육상 교통로 연구’) 이 추풍령로는 신라가 북진로로 개척된 신라의 한강유역진출로였다. 이 교통로는 6~7세기에 신라의 군사도로로 활발히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는 자비왕대에 삼년산성과 일모성을 축조해 금강 중상류지역에 진출하고 이후 소지왕 대부터 삼년산성을 교두보로 해 점차 한강유역으로 북진할 수 있었다. 신라의 한강유역 진출로는 보은 삼년산성을 시작으로 미원 낭성산성, 증평 이성산성, 두타산성, 농다리를 거쳐 진천 도당산성, 대모 산성을 지나 음성 망이산성, 안성 죽주산성, 이천 설성산성을 지나 하남과 서울로 통한 것이다.

추풍령을 통한 신라의 한강유역 진출로로 추정되는 두 개의 주요 교통로가 망이산성을 통과하도록 돼 있는데 하나는 진천과 이천 사이의 음성 망이산성 서쪽 안부를 통과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망이산성 동쪽과 팔성산성 서쪽 사이의 평야지대를 통과해 이천의 설성산성을 지나 서울로 향하는 길이다.

이 두 개의 길 중심에 마이산이 있는 셈이다.

미호천의 발원지인 마이산이 중요한 것은 한반도 중심 내륙을 잇는 교통의 요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산에는 길의 다양한 말 중 한자로 풀이한다면 경, 즉 음성군의 남과 경기도 일죽의 북을 잇는 지름길이 나 있다. 마이산 정상으로는 말이나 마차가 지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이 빠르게 걷거나 달려 급한 소식을 전하는 지름길로서는 제격인 길이다.

한강유역진출로로서의 길(道)과 마이산 정상을 통과해야 하는 지름길로서의 길(徑)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옛 사람들이 산속을 지나 한양으로 향하던 마이산 정상의 지름길로 고속도로를 내지 않아 옛 길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산을 걸어서 넘어 볼 수 있다.

‘길을 무서워하면 범을 만난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겁이 많고 무서움을 타는 사람은 그 겁낸 만큼 무서운 일을 실지로 당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미리 상상해 겁을 먹지 말라는 뜻이다.

옛 사람들이 지름길로 길을 선택할 때 가장 유효하게 써먹은 속담일 듯하다.

/김정애기자(취재지원 미호천 지킴이 전숙자·임한빈씨)

 

 

마이산 생태이야기

 

●산초

추어탕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산초나무가 보인다. 높이는 3m이고, 잔가지는 가시가 있으며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13∼21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다. 열매는 삭과이고 둥글며 길이가 4mm이고 녹색을 띤 갈색이며 다 익으면 3개로 갈라져서 검은 색의 종자가 나온다. 열매는 익기 전에 따서 식용으로 하고, 다 익은 종자에서 기름을 짠다. 한방에서는 열매 껍질을 야초(野椒)라는 약재로 쓰는데, 복부냉증을 제거하고 구토와 설사를 그치게 하며, 회충·간디스토마·치통·지루성피부염에 효과가 있다.

●가막살나무

산허리 아래의 숲속에서 자란다. 높이는 3m 정도이고 잎은 마주나며 둥글거나 넓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톱니가 있다. 잎 뒷면에 액을 분비하는 선점이 있고 양면에 별 모양 털이 난다. 잎자루는 길이 6~20mm이고 턱잎은 없다. 꽃은 흰색이며, 6월에 잎이 달린 가지 끝이나 줄기 끝에 취산꽃차례로 핀다. 화관에 털이 있고 수술이 화관보다 길다. 열매는 달걀 모양 핵과로 10월에 붉게 익는다. 줄기는 수시로, 잎은 봄~여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열감기, 아토피, 소화불량에 말린 것 20g을 물 8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열매는 협미자라 하는데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기미, 주근깨에 말린 것 달인 물을 바른다.

●산딸기

산딸기는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 낙엽 관목이다. 생육환경은 햇볕이 잘 들어오는 양지에서 자란다. 키는 약 2m이고, 잎은 길이가 8~12㎝, 폭은 4~7㎝이고 뒷면 맥 위에만 털이 있거나 없는 경우가 있다. 잎 뒷면에는 가시가 많이 나 있다. 꽃은 가지 끝에 붙어서 나며 흰색으로 지름은 2㎝이다. 열매는 둥글고 6~7월에 익으며 검붉은 색으로 식용이 가능하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열매는 식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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