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오월은 유난히도 행사가 많고 바쁜 달이며 월급쟁이들에게는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에게 노고를 치하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들의 욕구가 부모의 지갑 두께를 헤아리려 하지 않고 부모의 지갑 무게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졸라대기만을 일삼는 ‘어린이날’이 있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퇴조해가는 어른봉양과 경로사상 확산을 위한 국민정신 계발의 계기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 건설에 의의를 두고, 어버이에 대한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적 미덕을 기리고자 하는 ‘어버이날’이 있다.

오월 중순에 들어와서는 교육에 헌신 전념하는 우수 교원을 발굴하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스승에 대한 존경 풍토를 조성할 목적으로 제정된 ‘스승의 날’도 전개된다. 또한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입양의 날’, 신군부-군부 쿠데타 세력에게 민주주의를 되돌려 달라고 벌였던 국민들의 치열한 저항과 군사쿠데타 세력의 퇴진을 요구했던 ‘민주항쟁의 기념일’이 있다.

그리고 하순에는 부모의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고 또 당당히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성년이 된다는 것을 막연히 축하해 주는 ‘성년의 날’과 가정의 달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오월 이십일(21)로 정했다는 날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금슬을 강조하며 부부애를 기리고 가정의 평화를 강조하는 ‘부부의 날’이 있으며,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자 가족 돌봄에 경각심을 주는 ‘실종아동의 날’이 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본래 나(我)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나(我)에 집착되는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고 착각을 일으킨 마음이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이어서, 자기집착으로부터의 해방이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이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하는 ‘석가탄신일’ 등이 스쳐지나 갔다.

이러한 날들의 의미를 새기면서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어느 새 오월의 끝자락에 서있다. 유수 같은 세월 속에서 선인들이 신록을 두고 예찬하기를, 신록이 너무 신선하여 눈에도 좋고 상쾌하며, 가슴에 활기를 주고 젊은 날을 새롭게 떠오르게 만든다고….

오월의 신록은 좋다. 신록이 마음의 치유를 가미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신록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겐 꿈과 희망을 안겨주며, 노인 분들에게는 기운을 돋게 해주며 삶의 활력을 용솟게 하고 건강의 기를 주며 더불어 외로움을 덜어 주기도 한다.

필자는 신록의 정취를 느끼고자 삶의 터전이 돼왔던 고향을 방문하였다. 귀소 본능으로 포근함을 누리고 신록의 활기를 보고자 방문하였지만 무성한 나무 밑에 몇몇의 노인만 보이고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새소리만 들리니 왠지 씁쓸하다.

오월은 정말 인간이 정해 기리고자 하는 날들이 참 많다. 그러한 날들 모두가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날들이다. 그러한 날을 제정한 기본적인 참뜻을 알고 오월의 끝자락을 보냈으면 한다. 이런 날들이 없었다면 현대사회에서 인간 본연의 가치인 도덕마저 피폐해지고 인간살이가 ‘산업화의 노예’가 되어 ‘삶이 더욱 삭막해지지 않았겠나’라는 생각도 가끔 해 본다. 물질적 풍요에 의해서 소외당하고 있는 인간 가치의 회복을 위해 오월의 신록이 앞장서고 있다. ‘우리 각자 인간 본연의 자리를 지키도록’ 오월의 끝자락에서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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