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토요일 청주시 법원 검찰청 앞에서 충북도가 후원하고 충북 NGO 센터와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한 제1회 충북 NGO 페스티벌이 열렸다. 두꺼비 생명한마당과 함께 한 페스티벌은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해온 지역의 약 80여개의 단체가 지역 주민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제1회 페스티벌은 그 슬로건으로 ‘NGO에 놀러 와’라고 정하고 있다.

‘놀러’의 어근이 되는 ‘놀다’는 어떤 일을 하다가 일정한 동안을 쉬면서 즐겁게 지낸다는 의미를 가진다. NGO 활동가에게 NGO 활동은 그 자체 일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논다는 의미로 이해됐으면 한다. 놀기 위해서는 삶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여유는 넉넉해 남음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여유라 하는 것은 시간이 많고, 돈이 많아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100원을 가진 사람이 거지에게 1원을 나눠주기는 쉽다. 그러나 그 1원을 나눠주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자기 전 재산을 기부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여유를 가지고 NGO에서 노는 삶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여유가 개인에게는 단순히 논다는 의미를 가지지만 NGO 활동에서는 매우 큰 힘을 가진다. 아시아나 항공이 기내에서 실시하는 ‘기내 동전 모으기’로 유니세프에 기부한 금액이 20년만인 지난해 12월에 1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여유 있는 삶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낭비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유 있는 삶이 행복에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호주머니에 돌아다니는 1센트 동전을 사랑의 동전통에 넣을때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누구에게 쓰일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내가 그 동전을 넣었는지조차도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동전 넣은 것을 잃어버리는 삶이 여유로운 삶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특징을 보면 자원봉사 시간이나 기부금이 많다. 2009년 OECD 통계에 의하면 1년간 기부금이 평균 46.6달러, 봉사시간이 23.8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연평균 기부금이 30.9달러, 봉사시간이 21.3시간으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34개 OECD 국가 가운데 기부금은 21위, 봉사 시간은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만으로 보면 우리는 아직 여유 있는 삶을 향유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없다. 

유엔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타인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봉사활동의 유익한 점으로 삶의 질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정신과 신체 건강 보호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여유 있는 삶이 필요하다. 그 여유로 물질적 경제적 여유와 함께 정신적 여유가 함께해야 한다. 여유 있는 삶을 위한 한 방법으로 NGO에 놀러 가서 삶을 즐기는 여유가 확대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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