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진 까닭에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의 역할이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취업률이 높은 학교가 우수한 학교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인스턴트의 시대에 살고 있어 배우고 나면 금방 일자리가 생겨야 만족하는 것이다.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리노라면 일자리는 언제가 생기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직장에서 지난 학창시절의 낭만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근로자로서갖추어야 할 기본을 쌓아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웰빙, 삶의 여유 심신의 평화

눈 높이를 낮춰 찾아가면 그래도 일자리를 찾을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만 쫓느라 실업을 자초하는 청년들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력이 중요하다. 넘쳐나는 대학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질적으로 낙후됨을 의미한다.

여대 졸업생들이 부사관이 되기 위해 경쟁률 높은 임용시험에 응시하는 등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명문대 고학력자가 잘 나가는 직장에서 퇴출된 후 호프집 주인, 트럭 운전기사 , 부동산 중개사로 단추를 다시 끼우는 모습도 본다.

직업에 대한 가치관 내지는 선택 기준이 변하고 있다. 좀더 멀리 내다보는 긴 안목에서 후회 없는 길을 현명하게 택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얼짱, 몸짱, 마음짱 등 ‘짱’ 신드롬에서 명품족, 브랜드족, 보보스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행태, 양상을 보며 살고 있다. 여기에 웰빙족이란 용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바람에 수입 제품들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웰빙은 외국산으로 치장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웰빙은 금전적 가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황금이 인격이 되고, 경제적 부가 그 사람의 가치평가의 잣대가 되는 명품족의 개념과는 다르다.

웰빙은 사치가 아닌 삶의 여유에서 오는 몸과 마음의 평화를 의미한다. 고급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서양 음식을 먹기보다는 도심을 약간 벗어난 곳, 밭에서 무공해 상추를 따다 김치, 된장찌개와 함께 가족끼리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소박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접대를 위해 계속되는 술자리를 피하고 퇴근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근처를 산책하는 것, 명품을 입기보다는 재래시장을 찾아 싸고 개성 있는 옷을 골라 보는 것, 보충수당을 받기 위해 연일 야근하기보다는 조금 덜 받는 대신 건강을 위해 자기 몸 관리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양식을 검소하게 그리고 짜투리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힘쓰는 것이 웰빙의 진정한 가치이다. 특히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빨리빨리’의 대명사이다.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새 삶의 방식 잘 터득하여야

그러나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듯 빨리 하면 할수록 허술할 수밖에 없다. 부실공사가 되는 것이다. 빨리 하니까 개성이 없어진다. 똑같은 기계로 똑같은 제품을 마구 찍어버리게 된다. 유행의 물결은 바람보다 빨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소지한 핸드폰 소리로 수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조기 유학의 열풍이 불자 자식의 혓바닥까지 수술해 외국인 발음 흉내를 내려하는 부모의 잘못된 인식에 자식의 가슴은 멍들어 가고 있다.

허례허식은 벗어버리고 참다운 웰빙의 삶을 찾아야 한다. 웰빙은 TV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국 것 흉내내기가 아니라 한 걸음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멀리 내다보고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끼니를 걱정하던 시대는 가고 빈곤의 개념도 변하였다. 생존의 철학보다는 삶의 방식이 화두가 됐다. 웰빙의 단어 자체는 외래어지만 내용은 우리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삶의 양식을 말한다.

알뜰하게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슬기로운 삶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이정길 주성대 전임연구원·문학박사 jkrh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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