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3월 8일은 제8회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이에 앞서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OECD 28개국을 대상으로 유리 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라는 여성과 일에 대한 지표를 발표하였다. 유리 천장 지수는 고등교육, 임금격차, 고위직과 임원에서 여성 비율, 의회에서 여성의 비율 등 9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리 천장 지수를 100점 만점에 15.5점으로 27개국 가운데에서 꼴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남성과 취업률 격차는 22%, 평균 임금 격차는 37.5%로 OECD 평균(15.0%)과 22.5%의 격차를 보이고 있고, 직장에서 고위관리직의 비율은 전체의 9.6%, 임원 비율은 1.9%로 OECD 평균(31.6%, 12.5%)과 10~20%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의 의회진출은 15.7%로 OECD 평균인 26.4%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통계를 2006년부터 매년 성별 격차 수준을 평가해 세계 성 격차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의 보고서에서도 볼 수 있다. 2014 보고서는 한국을 조사 대상 142개국 가운데 117위로 평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경제참여와 기회 124위, 교육 정도 103위, 보건과 수명 74위, 정치참여 93위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20개국이 우리보다 높고, 아시아권에서 우리보다 성 격차가 심한 곳은 부탄, 이란, 파키스탄 정도이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보이곤 하는 인도보다도 낮다.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여성의 인권과 양성평등을 향상하기 위해서 여성가족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WEF 평가는 2006년 92위에서 지속해서 후퇴하고 있다. 국민이나 국가나 여성 대통령으로 만족할 수 있는 모양은 아니다.

2014년 대한민국의 GDP(국민총생산)는 세계 13위, 그리고 2014년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은 우리나라의 국력을 세계 9위로 평가하고 있다. 하드 밸류(hard value) 상에서는 높고 자랑할만하지만, 소프트 밸류(soft value)인 행복지수에서는 OECD 국가군에서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소프트 밸류를 구성하는 가치에 대표적 지표인 양성평등이 전 세계 1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높은 이혼율, 낮은 출산율의 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 위기는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국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이의 근본적 이유는 낮은 여성 인권과 높은 불평등에 있다.

우리에게는 잘사느냐 못사느냐 뿐만 아닐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인으로 태어나고 인격과 권리가 평등하다. 이에 우리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 위에 남성 없고, 남성 밑에 여성 없다고는 하지 않는다. 사람을 유리로 분리해 여성과 남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유리가 깨어져야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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