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와 앉을 자리-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설 자리와 앉을 자리-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 충청매일
  • 승인 2015.03.02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어떤 내 친구는 산새들과 노닐기를 즐기더니 훗날의 그 친구는 시인(詩人)이 되었다지. 또 어떤 내 친구는 술집에서 머물기를 즐기더니 훗날의 그 친구는 주정뱅이가 되었다지.

머무는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 지기(地氣)의 조화이고 머무는 그곳에서 마음자리도 생겨나는 것일까? 사람들 모두가 왔다가 간다고들 하지만 머무는 그곳은 모두가 제 각각이다.

어떤 이는 바닷가에서 머물고 어떤 이는 도시에서 머물고 또 어떤 이들은 산에서도 들에서도 머물다가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머물기에 그곳의 이야기로 한밤을 꽃피우고 저곳에 머물기에 저곳의 이야기로 한 밤을 꽃 피운다지. 그곳에서 생각나는 생각이야!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많으니 그곳에서 발생하는 생각을 하고 말을 하며 느끼는 까닭이 될 터이다.

이때에 그곳에서 머무는 지기(地氣)가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곳에서 생겨나는 생각과 마음이 사람의 앞날을 달리하는 까닭도 있으리까?

옛날 어느 성현의 모친은 머무는 이치(理致)를 생각하고 자리 옮기기를 몇 번이나 하였다는데 성현의 모친께서는 하나의 이치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기에 그 성공의 빛을 보았음이로세! 사람들은 잠깐을 머물다가 흩어져 가리라고 생각도 하겠지만 잠깐을 머문다는 것이 평생을 일구는 터전이 아니겠는가?

텃밭이야 금년에는 채소를 거두고 명년에는 보리도 거두겠지만 삶의 터전에서야! 기약 없는 결실을 기다리며 애타는 마음으로 초조해 할지라도 흐르는 세월만이 그 결실을 알고 있으리다.

그래서 애초에 거둘만한 자리를 찾는 것은 천지간의 이치에서 삶의 바탕을 찾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냥 그렇게 크고 작은 이익을 따르다 보니 어느새 흐르는 세월이 잠깐이로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두는 수확도 작아지고 인심(人心)마저도 말라가는 수확을 따르면서 생겨남일까? 함께 먹고 함께 즐기며 함께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다고 하더라도 곳간에 곡식이 있어야 나누어주고 나눌만한 덕심(德心)이 있어야 나눌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제 장난처럼 생겨났던 흰 머리가 백발을 자랑하더니 남아있는 삶을 이야기 한다.

그래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고 혈기는 노년인 것을! 마음의 잘못일까? 세월의 잘못일까? 하지만 마음을 조아린다고 젊음이 생기는 것도 아닐지고 마음을 태운다고 세월이 멈추는 것도 아닐지니…. 헛된 생각도 접고 헛된 마음도 접으며 선한 마음과 생각으로 마중을 나가야 한다.

이로써 지기(地氣)가 생겨나는 까닭이라고 말을 한다면 지기(地氣)가 삶의 터전에서 텃밭이 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하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