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어린이집 폭행사건과 관련해 그 대안으로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그 기저에는 감시와 통제가 안전하고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한다.

몇년 전 한 매체에서 서울의 한 회사원이 출근, 점심, 퇴근 약 3시간 동안에 감시카메라에 노출되는 횟수가 40번이라고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4~5분마다 우리는 국가나 다른 조직으로부터 감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관문을 나서면 제일 먼저 엘리베이터 안의 CCTV는 내가 넥타이를 고쳐매는 것을 보고 있고, 아파트 현관문, 지하주차장, 아파트 정문의 CCTV가 나의 출근 모습을 저장하고 있다.

도로에 나서면 과속방지, 방범, 교통량 조사 카메라에 노출되고 시내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거나, 쓰레기 버리는 곳,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면 내 모습이나 차량이 녹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적 감시카메라가 어느 정도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대략 인구 20명당 1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적인 감시 카메라 이외에 주유소, 편의점, 음식점 등에는 예외 없이 나의 모습을 감시하는 CCTV가 있다. 더욱이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용 블랙박스 카메라가 보급돼 있다. 이 모두는 나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감시하고 행동을 녹화하고 있다.

지금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모든 것을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 폰의 위치정보, 신용카드 기록은 24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최근 한 젊은이가 이슬람 국가(IS) 가담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그의 모든 메일, 소셜 네트워크상의 대화 기록, 인터넷 접속 현황을 조사해 그의 모든 행동과 사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약 60년 전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84년’에서 미래세계는 이와 같은 감시사회가 될 것을 예견하고 있다. 독재자 빅 브러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오세아니아라는 전체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이 현실화되고 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ICT) 기술은 개인의 자유를 증진한다고 하지만 국가로 하여금 정보독점과 통제를 통해 시민을 지배하는 거대한 감시자를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CCTV와 같은 감시장치가 우리 삶의 안전을 보장하고,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 그러나 CCTV가 보급됐다고 범죄가 줄어들고, 교통사고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없다. 이 모든 것이 하이에크(Hayek, Friedrich August von)가 이야기하는 ‘노예로의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기본권은 자기정보를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공적, 사적 CCTV는 모두 개인의 통제 밖에 존재하고 있다. 자유는 자기정보를 자기가 통제하고 국민이 정부를 감시하는 곳에서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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