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충북예술고 교사
모든 초점에는
빛이 집중된다.
밖을 보라고 달린 눈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선사의 눈 속에서
우주가 폭발하고 수축한다.
한 순간이고, 찰나이다.
그 찰나에 앉았으면 동시에
앞이 보이고 뒤가 보인다.
안팎이 다 보인다.
존재하지 않는 둥근 방에서 모든 것이 나오고
장엄한 꽃무늬를 허공에 남긴 뒤,
처음의 그 방으로 돌아간다.
방이 둥글면
처음과 끝이 따로 없다.
방이 둥글어서
처음이 곧 끝이다.
일생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첫걸음을 뗀 자리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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