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에는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구세대는 물러나고 젊은 신진 세대들에게 그 역할을 물려줘야 한다’는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적지 않은 수의 기성 정치인들이 자진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총선에 유능한 후배를 위해서 불출마한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격려, 칭송하기도 하고 혹자는 ‘역 삼팔육(30년대 출생, 80년대 정계입문한 60대 정치인들)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정계의 세대 교체 바람은 시대적 대세이긴 한 모양이다.

세대교체 열풍 시대적 추세

흐르는 물도 냇가의 바위에 부딪치고, 계곡에서는 급류로 변하고, 너른 평원에 이르러서는 도도한 큰 물결을 이루듯, 사람이 사는 세상일도 그런 흐름이 있고 시대의 역할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 현상적인 것이어야 후유증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IMF 시절, 지금은 여당의 중진이 된 한 정치인이 교육부 장관직을 맡으면서 교육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었다.

당시 65세이던 교사의 정년을 62세로 내리면서 어떻게 보면 ‘고령 교사=무능 교사’라는 등식으로 당시 여론몰이가 이뤄졌고, 65세 정년에 대비해 퇴임 설계를 하고 있었던 수많은 교사들이 그런 여론 몰이에 어느 날 갑자기 정들었던 교단을 속절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 교육계는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초등학교는 교사부족사태의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역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도 나중에 어쩌면 그런 후유증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새 바람을 기대하고 국민들이 선택했던 대통령의 측근들의 그간의 행적에서 알 수 있듯이 자리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어 결국은 자신들이 비판했던 대상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으로 되는 것이 세상일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세대교체 열풍은 이제 하나의 시대적 추세(trend)가 된 느낌이다. 그래서 그 바람이 어느 때보다도 거센 것 같다. 그러나, 사회의 어느 분야 건 적절한 연령 비율로 구성돼야 급진적인 변화에도 만성적인 침체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50대의 노련함과 60대의 원숙한 경륜이 30~40대의 패기에 밀려나고 오히려 젊은 층의 짐이 되는 사회로 가는 현상이 있다. 오래된 것은 새것보다 못하고 썩었다는 논리에 근거하기도 해 청년 실업과 더불어 50대 백수가 양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선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므로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 혜택을 누릴 만큼 누린 50대와 60대는 이제 물려나야 한다는 단세포적이고 철부지 같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수적으로 많은 연령층인 젊은 층에 의해서 이뤄지고, 이들에 의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청년, 노년 함께 조화 이뤄야

그러나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비효율적인 정치관행과 정경유착에 얽힌 부패 비리 정치 관행을 고치자는 것이 그 목적이어야지 단순히 나이 숫자에 맞춰 두부 모 자르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정치권 일부에서는 나이로 퇴진 대상을 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4월 총선을 향한 정치권의 세 겨루기는 여당 대표가 젊은 세대로 선출되면서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세대교체’는 2004년의 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주제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혁의 시점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선인들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정신이다. 젊음의 패기와 원로의 노련함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균형적인 사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옛 것을 익히고 지켜야 새것을 알 수 있듯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도 마찬가지 논리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규홍 서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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