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엔 강하고 외압엔 약하다’‘돌림 빵 대출심사로 고달프다’‘보증기관의 보증서를 갖고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청주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 기업의 재무담당자의 푸념 썩인 소리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전에나 들을 수 있었던 은행 여신업무와 관련한 기업 재무담당자들의 푸념이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는 오늘날 금융기관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은행합병 등 구조조정 노력이 은행 여신업무개선 측면에서는 별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기업 재무담당자들이 겪고 있는 은행의 여신관행은 다양하다.

청주소재 S업체 재무담당자는 최근 모 금융기관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대출 받기를 희망했다. 이에 앞서 그는 거래 은행측에서 대출한도 내에서 돈을 쓰게 해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출신청 후 어찌된 영문인지 은행창구는 전혀 움직임이질 않았다.

그는 내막을 알아봤다. 황당했다.

내용인 즉 대출을 신청한 은행임원이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하는지 봐서 공동보조를 취하라고 실무진에 주문했다는 것이다.

수출오더를 따야 할 이 기업에게는 한 시각이 급한데 은행들이 서로 ‘핑퐁전’을 전개했던 것이다.

결국 이 기업 관계자는 이 은행 저 은행을 다 돌아다니며 통사정을 해야했다.

급기야 그는 인근 대전에 위치한 외국계 은행에 노크를 청했다. 이 은행은 하루만에 흔쾌히 대출해 주었다. 기업대표에게 사업상황을 설명 받은 후 바로 다음날 대표에게 이메일로 대출허락 통보를 해 준 것이다.

A기업 한 재무담당자.

최근 한 은행의 심사역을 찾아가 종전처럼 여신 한도 내에서 무역금융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담당 심사역은 자신은 결정권이 없으니 윗분에게 얘기하라고 부탁했다.

윗분은 다시 임원에게 돌렸다.

기업 담당자는 결국 자신의 사장으로 하여금 임원을 만나게 했다.

그러나 임원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약속을 하고 찾아가도 그 시간에 만나지 못한 게 몇 차례였다. 물론 임원이 부실징후기업이라 고의로 피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임원들의 일과를 보면 기본적으로 너무 바쁘다. 은행 수익극대화측면에서 굴직한 현안만 챙겨도 될 텐데 팀장선에서 끝낼 일까지 다 챙기는 게 현재 시중은행 임원들의 행태다.

이를 볼 때 의사결정이 임원급에 집중돼 있어 은행은 은행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힘겨운 대출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 변한 게 없다. 상당수 고객들의 목소리다. 외적환경은 눈부시게 변했지만 내적환경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인사들의 ‘입도마’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무엇 때문에 은행을 합병하고 지주회사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회의론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의 국내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곧 고객들이 선택의 폭이 그 만큼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내은행들은 기존 경영상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속에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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