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건 민원은 늘 넘쳐난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시에 바란다’, ‘시민들의 목소리’ 등의 이름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정책적인 질의를 할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게시판들이 언젠가부터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제천시청 홈페이지와 단양군청 홈페이지 등에는 잇따라 특정 병원, 특정 사업장 등의 이름과 담당자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는 비방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특정 단체장 또는 개인을 경찰에 고소한 고소장까지 그대로 올려 당사자인 피고소인에게 망신을 주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글들은 대부분 폭발적인 조회수를 보이며 공전의 히트가 계속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글을 직권으로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공무원인 관리자들은 하나같이 “글쓴이가 직접 삭제해야 한다”고 엄살이다. 글쓴이의 의지를 존중하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이들의 ‘생떼’가 두려워서다. 직권으로 삭제했다가 돌아올 글쓴이들의 항의가 귀찮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한 공사장의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내용의 게시물 때문에 담당공무원이 문제가 된 공사장의 책임자에게 “글쓴 당사자에게 사정해서 삭제토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은 이들 공무원들의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봉투라도 건네라는 말인가. 또 이런 글들은 대부분 답글도 없다. 단언컨대 이 같은 비방글은 직권으로 삭제할 수 있다. 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해당 기관이 답글을 쓸 수 있는 성격도 아닌 이러한 글은 ‘민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확실한 비방 글을 방치하는 것은 글쓴이들의 ‘생떼’를 들어야하는 공무원들보다 더욱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시킬 수도 있다.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입장은 홈페이지 운영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관리자가 글을 방치함으로 생기는 피해는 홈페이지 관리자도 공동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의 방치는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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