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길순 작가 ‘웃방데기’ 출간

‘사람이 곧 하늘이다.’

인내천(人乃天), 권력의 탐욕과 학정에 깃발을 든 동학혁명의 정신이다. 세월에 묻혀 우리 역사의 기억에서 아득하게 물러나 있는 동학농민혁명, 종과 백정이라는 낮은 신분 인물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위한 처철한 몸부림을 글로 새겼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은 동학농민혁명사의 거대한 산맥을 짚어가는 빠른 서사의 정통소설 채길순 작가의 ‘웃방데기’(사진)가 출간됐다. 

웃방데기는 ‘웃방아기’와 ‘부엌데기’의 합성어로 천한 계집을 뜻한다. 이 책은 120여년전 저주받은 신분으로 사회의 바닥을 온몸으로 떠받치며 살았던 천민들, 당시 한울꿈을 꾼 사람들의 갑오년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보국안민과 계급해방을 위해 교조 신원운동인 공주·삼례집회, 광화문복합상소와 보은 집회에 뛰어든다. 급기야 1894년 정월 고부민란과 3월 기포, 전주성 함락과 전주화약, 9월 재기포와 동학연합군의 공주성 전투 패배, 관·일본군의 동학농민군 토벌 대학살 등 동학농민혁명사 전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의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한울꿈’이 무참하게 짓밟힌다.

그날 동학농민들의 피맺힌 절규와 함성이 어느 한 시기의 옛일이기만 하랴. 동학농민혁명이 거대한 패배의 사건이나 좌절의 기록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삶의 뿌리와 맞닿아 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면, 이 소설은 역사의 그물에서 놓친 패배자의 사연과 곡절을 낱낱이 파헤쳐 이름 없이 죽어간 이들의 분노와 피울음으로 얼룩진 한을 핍진하게 기록하고 있다.

소설의 중심 배경은 서울 도성과 충청도·경상·전라도 지역이며, 천민들이 겪는 사건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사의 한복판을 조망하고 있다.

소설은 파란만장한 갑이의 삶을 따라간다. 남원 고을의 종으로 김개남의 도움을 받아 종에서 풀려나 청주성 밖에서 대장간을 하다가 아버지 김봉남을 따라 도성 풀무재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활빈당 행수인 아버지 김봉남이 효수되어 머리가 종로 거리에 내걸리고 아내 아랑이를 이대감에게 빼앗긴다. 피맺힌 한을 품고 동학농민혁명에 뛰어들지만 그의 꿈은 죽음과 함께 아픈 역사로 남게 된다.

그들은 사람같이 사는 세상을 위해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택해야 했다. 천민들의 아픈 노래, 그들의 아직 끝나지 않는 노래가 마음을 울린다.

충북 영동 출신의 채길순 작가는 1983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1995년 한국일보 광복 50주년 기념 1억원 고료 장편소설에 ‘흰옷이야기’가 당선됐다. 모든 글에는 동학의 울림이 있다. 신문과 잡지에 수차례 걸쳐 연재한 소설과 동학 기행문은 발로 쓴 기록들로, 온갖 사연의 동학 정령들이 웅성댄다. 대하소설 ‘동트는 산맥’(2001)은 충청도 동학 이야기가 산으로 솟아 그 산줄기가 강원 경기 , 전라 경상, 심지어 황해 평안 함경도 지경까지 뻗어간다. ‘흰옷 이야기’(1997), ‘어둠의 세월’(1993), ‘조캡틴 정전’(2011)은 모두 동학의 북소리로 시작된다.

기행을 담은 ‘새로 쓰는 동학기행1’(2013)과 소설 창작 이론서 ‘소설 창작의 길라잡이’(2010), ‘소설 창작 여행 떠나기’(2012)도 집필했으며, 현재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또 소설을 쓰고 있다.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304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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