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장소는 살고 싶어 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 그 이유는 그곳에 얼마나 정성과 손길이 묻어 있는가에 달려있다. 즉, 자신이 사는 곳에 공공개념의 정도에 따라 마을의 분위기와 지역성 정도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한 거리와 도시는 분명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매력적인 요소가 잠재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곧 ‘살기 좋다’라는 의미를 다소 내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살기 좋은 마을의 분위기가 마을만들기(まちづくり)라는 것을 통해 형성되고 있었으며,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주민공동체의 장소창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자동차의 흐름에서 격리된 보행자만의 자유로움이 배어있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의 창조가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의 마을만들기 즉, 마찌즈꾸리를 정의하면, 우선 각각의 지역이나 도시에서 살기 좋고, 활력 있는 환경을 형성함을 목적으로 해 이를 추진해 나갈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각종의 노력과 운동이며, 둘째로는 환경정비를 추진하기 위한 각종제도 및 틀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물적, 사회적 환경을 건설하거나 정비하는 과정 및 이들을 유지·활용해 가기 위한 노력이나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마찌즈꾸리란 주민참가에 의한 도시정비 및 이를 가능케 하는 각종 제도와 틀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일본의 세타가야구는 이런 마을만들기가 처음 시작된 곳이며, 보행자 전용도로를 구성하고 있는 보행성의 개념이 가장 강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세타가야구의 보행자 전용도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곡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차량통행은 절대로 배제하고 있다. 차량과 보행의 완전한 분리를 통해 창조된 공간은 자연성이라는 개념과 조화돼 그 의미를 더 깊게하고 있다.

계획의 특성으로 첫째, 마을이라는 개념이 행정적 틀을 벗어나 삶이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성격으로 생활권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를 위해 주민과 행정사이에 마찌쯔꾸리 센터라고 하는 행정의 외곽단체가 존재하고, 이 센터는 행정과 주민사이에 중간역할을 담당하며 주민과의 상담과 보조를 위한 지원활동을 하는 준공공기관이다.

둘째는, 그들의 마을을 문화와 역사에 접목시키며 특히 역사보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다. 과거의 문화와 자취가 남겨져 있는 문화유산들을 보존의 개념과 더불어 현대와의 조화라는 틀 속에 함께 묶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실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항상 물과 어우러진 생태적 공간의 창조라는 점이다. 마을만들기는 이런 자연의 창조와 그의 바탕에 물과 생태적 개념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세타가야지구에서는 기존의 공공에서 벗어난 신개념의 공공 즉, 뉴 퍼브릭(New-public)이라는 개념을 적용시켜 마을만들기를 완성했다. ‘뉴 퍼브릭’이란 필요한 결과 그 자체를 직접주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결과물을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공공에서 물고기가 필요하다고 하면 주었지만, 지금은 물고기가 없기 때문에 대신 낚싯대를 주고, 낚시를 하지 못한다고 하면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이런 완전한 보행이라는 개념을 적용시키려는 시도가 많은 곳에서 일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는 행정과 주민사이에서의 그 역할의 구분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도 계획의 초기 시점에서 이런 보행성에 초점을 맞추고 연계된 계획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구체적인 설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행정은 그들이 이런 개념을 성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며, 주민측에서는 주민들간의 의견조율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해결될 때 우리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이고 살기좋은 장소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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