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려 사상 유래 없는 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자마자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알알이 익어가야 할 벼들이 말라죽고 흙탕물에 묻힌 것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려온다.

농민들은 오죽 할까. 긴 한 숨에 땅이 꺼질 것만 같다. 모 TV방송의 인터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논을 가리키며 리포터를 향해 울먹이던 한 중년의 농민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있다. 하늘도 무심하지.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도 정치판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짜증을 넘어서 분노케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분당 위기에 놓여 있고, 야당은 장관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과 서민들은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생활고와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자살을 하고, 이젠 주부까지 은행강도를 하는 판에 우리 국민의 미래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소득 2만 달라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생활이 궁핍하고 부유한 사람들의 부의 축척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데 정부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경기도 판교에 학원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기막힌 발상(?)을 하는 우리 정부는 도대체 제정신이 있기나 한가.

정부가 국민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 떠맡겨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공부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이제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가 내는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한다. 천재지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 대한 최대한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국가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농가 부채를 해결하겠다던 정부는 책임자가 몇 번씩 바뀌었어도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서민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던 정부도 몇 차례 공염불로 끝났고, 또 다시 유사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잘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미래의 한국을 위해 국민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이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된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선진국들도 전쟁과 폐허 속에서 고통의 세월을 겪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우리나라 못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을 경험 한 나라들이다. 황폐한 덴마크를 부유한 나라로 가꾼 국민들, 잿더미 위에 부유한 나라를 건설한 독일의 국민 등 많은 유럽의 국가도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은 6·25 전쟁으로 잿더미에서 이만큼 살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도 유럽을 따라잡기에는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서울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이후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으나 아직도 정치는 국민의 수준에 못 미치고 있고, 시름에 젖은 서민들과 농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는 진정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고 국민들의 따뜻한 사랑의 실천이 간절하다. 한국인 대부분 마음의 고향은 역시 농촌이 아니던가.
(jang069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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