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이 넘는 청주시엔 변변한 호텔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국제규모의 행사를 치르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왔지만 불과 13만의 돗토리시엔 도회지다운 높은 빌딩 숲은 없었지만 특급호텔이 있었고 작은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인정마저 있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과일 중 배의 생산은 일본 전국의 50%의 수확량을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다 했다. 20세기 배라는 효자상품이 있으니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전국적인 힛트를 칠만했다.
필자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은 시 전체인구의 16%가 노인인구인데 과연 누가 일을 해서 복지 재원을 마련해 줄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돗토리 인근의 꽃 박람회장, 20세기 배 전시관, 사구공원, 박물관, 절 등의 매표소에서부터 일하는 노인이 즐비했고 이들이 아직 현역으로 건재함을 말해 주었다. 입장을 위한 티켓 발매 및 안내, 공원 잔디관리, 청소, 공원 내 관광 열차 승객관리, 박물관 문화재 관리 등 정년퇴직 이후의 제2의 직업을 택한 노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20여 년 전인 1982년도에 문을 연 실버인재센타는 노인들의 취업알선을 위한 구인 구직의 중매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재배출을 위한 각종 교육사업 및 사후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센터에 등록된 회원의 취업실태에서 나타난 통계였는데 최고령 취업자 남성 노인의 연령은 91세였고, 여성 노인은 86세였다. 직종은 다양하지 않았지만 위에서 열거한 것들 외에도 전지를 전문으로 하는 정원관리사로부터 보육과 보모, 복지·가사지원, 버려진 자전거 수리판매 등이 있었다. 이중에서 매우 의아하면서도 필요불가결한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 것은 바로 복지·가사지원의 일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건강한 노인이 병약한 노인을 위해 수발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우리의 인식 속에 노인은 가족의 젊은 사람이 수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과 이런 수발하는 일은 여자가 해야하는 일인 것으로 정의되었던 것을 무너져버리게 한 순간이었다. 일본의 노인들처럼 늙었다는 의식은 져버리고 움직일 수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때, 또한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될 때, 우리 사회도 늙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일본방문 마지막 날 京都로 가는 고속도로 진입로의 노인 매표원, 淸水寺 입구 선물상점의 노인 판매원, 일본만쥬 만들어 파는 빠른 손놀림의 노인들을 보며 정말로 노인 판이구나 하던 찰나, 다행히도 우람하고 잘생긴 인력거꾼의 젊은 남자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랬다. 조폭 또는 호스트바에나 있을법한 남자가 그토록 강도 높은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이미 늙어버린 고령사회 일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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