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 밤거리가 주는 야간 경관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특히 이방인이나 외지인에게는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여 심지어는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린다.

이는 도시와 교외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에서 출발하기때문이다. 교외에서의 야간은 활동의 제약을 의미하지만 도시에서의 야간 문화는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고, 특히 일상 생활을 끝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저녁 시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간의 도시의 모습은 인간에게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사실 외국의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인상적인 곳은 어김없이 밤의 경치의 정도와 비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수도의 건물조명, 세느강변의 경치, 일본 오사카의 야경 등 밤의 모습에 의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혹은 밤의 야경이 도시의 상징으로까지 대변하기도 한다.

이는 도시의 경관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까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국 위싱턴의 죠지타운의 경우 특징적인 야간경관으로 인해 낮시간보다 저녁시간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활발한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고, 뉴욕의 그린위치빌리지의 경우도 저녁시간에 뉴욕의 거리예술가들이 모여 매일 밤 새로운 공연 문화를 형성하면서 세계의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곳은 어김없이 아름다운 도시의 밤거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안전한 보행권을 확보하고 충분한 외부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은 통제되고 넓은 보행로에 전문화된 노점상, 그리고 다양한 공공공간과 시설로 편히 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중요한 건물이나 시설 혹은 공간에 계획된 야간조명을 설치하여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고, 마지막으로 이런 시설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교류가 있어 도시에서 잊어버리기 쉬운 사람의 향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마치 경쟁적이며 자극적인 광고물과 현란한 네온사인들, 불법 주차로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보행 환경들, 그리고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정보와 유혹만이 존재하는 우리의 밤거리는 경제도, 문화도, 그리고 도시의 경관도 없는 그저 화려한 무표정으로 인간의 사슬을 끊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우리 주변의 밤의 모습은 도시의 중요한 역할을 잃어버린채 반쪽의 모습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

(jhwang@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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