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가 사람을 잡고 있다.
지금 청주에서는 청와대 양길승 제1부속실장의 ‘청주향응’에 이어 ‘양실장 행적’을 추적 촬영한 ‘몰카’파문으로 벌집 쑤신 듯 뒤숭숭하다.

지난 96년 YS정권당시 ‘황태자 김현철’의 몰카 파문을 겪은 데 이어 권력 핵심의 지근 거리에 있는 양 실장의 부적절한 술자리가 몰카에 찍힌 그 배경이 청주라는 사실 자체에 충북도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이번 파문이 민주당내 갈등이든, 정치권의 음모든, 유흥업소 또는 조직간 이권다툼이든 술자리의 진원지로, “양반고을 청주에서 술자리 잘못했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기피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역의 일부인사가 권력핵심부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한 로비 설이 그간 끊임없이 나돈 데다 연일 신문과 방송이 양 실장의 향응을 대서특필되고 있어 지역은 물론 청와대와 정치권에까지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당시 술자리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서운함과 뒤틀린 감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운함도 잠시 정치생명까지 좌우할 수도 있는 구설수를 피해갔으니 가슴을 쓰러 내리고 쾌재를 부를법하다.

양 실장이 지난 2일 몰카 파문과 관련, 법무장관에게 공식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누가 어떤 이유로 몰래 카메라를 찍었는 지와 양 실장이 술집주인 이씨로부터 구명 로비를 받았는 지, 술자리 합석인물 등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로 사건의 전말이 곧 드러날 것이다.

대검으로부터 사건을 배당 받은 청주지검은 ‘특별 전담팀’을 구성,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감찰팀이 청주에서 오원배씨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몰카를 촬영한 사람의 신원과 목적, 배경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양 실장과 이씨 등을 차례로 불러 청주를 방문한 이유부터 사건무마 청탁여부에 이르기까지 향응 물의의 전반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양 실장의 청주방문을 주선한 오씨는 경선동지회의 단순 모임을 일부 세력이 몰래 카메라로 촬영, 언론에 배포한 것은 사전 공작과 모종의 음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사건의 본질이 양 실장의 향응문제가 몰카 의혹에 덮여서는 안 된다.

당일 2대 이상의 카메라가 12시간에 걸쳐 양 실장의 동선을 추적하는 등 사전 치밀한 계획에 따라 촬영한 몰카 배후가 밝혀질 경우 정치권과 지역에 메거톤급의 후 폭풍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향응 파문 초기에는 당내 갈등관계나 청와대 죽이기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몰카는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인지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 파문은 단순한 술자리로 볼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사람들과 민주당 도지부와의 역학관계, 정치권의 음모론, 대선 공헌도에 비해 논공행상에서 충북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박탈감, 경찰수사를 받았던 이모씨의 로비의혹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사람잡는 몰카’가 몰고 올 ‘태풍의 눈’이 두려운 사람들이 열대야만큼이나 밤잠을 설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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