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재배 농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농민들이 채소재배를 위해서는 이른 봄부터 밭을 갈고, 거름을 주고, 씨를 뿌려 수확하기까지에는 수 십 번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 친 자식이상의 정성을 다해 재배한 채소 값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끝이 터지고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힘들여 농사를 진 결과가 이 모양이니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지지 않는 농민들이 어디 있으랴.

지난 11일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매시세는 열무 1단 60원, 얼갈이배추 200원, 상추4kg 1천원, 감자20kg 9천3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된 시세를 보자. 열무 1단 500원, 얼갈이 배추 600원, 상추4kg 4천원, 감자 20kg이 2만원으로 적게는 50∼9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농산물 수요가 감소하면서 채소 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채소 값 폭락으로 농민들은 인건비는 커녕 재료비를 포함한 생산원가조차 건지지 못해 밭을 갈아엎는가 하면, 아예 밭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농민들은 농산물가격 폭락도 문제이지만 더욱 밭을 갈아엎을 경우 후기작물의 씨가 발아하지 않는 연작피해까지 우려돼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한다.

농민들은 올해 채소 값 폭락으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천500만원의 손해를 보는 바람에 농가 부채는 더욱 늘어나고 대학재학중인 자녀들이 휴학을 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폭락에 대해 정부가 수급정책 강화 및 출하시기 조정, 생산물량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실상 정부의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아예 포기한지 오래고 정부가 내놓는 농축산물통계는 신뢰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농민들은 오히려 홍수출하를 피해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하하거나 아예 늦게 출하하는 출하시기 조절을 잘하면 목 돈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이젠 정직하게 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판매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투기가 된 셈이다. 즉 우리의 뿌리이자 근간인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의 딱한 사정이 이런데도 도지사를 비롯한 자치단체장, 충북도내 광역·기초의회의장, 정치인, 기관사회단체 등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해 배추 값이 폭락하자 배추 한 포기 팔아주기 운동을 벌인 것에 비하면 올해는 이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농민들은 배추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배추 한 포기 팔아주는 것이 비록 작은 일일 지는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중국 광둥성에서 창궐한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국내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반면, 김치는 또 한번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인들이 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은 김치 때문이며 이를 예방하는데도 김치가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이 세상 아무 데서 나는 배추에다 아무 데서 나는 소금과 양념(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으로 김치를 담가보자. 한국에서 나는 신토불이 맛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은 체험 필이다.

바로 세계적인 식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김치를 만드는 원재료이자 김치 맛의 정수(精髓)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배추 한 포기 사주기’운동을 지금부터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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