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공헌한 이들 중에 2030세대의 네티즌 역할을 매우 강조한 적이 있다. 동시에 기성세대의 주역을 담당하고 있었던 5060세대는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서서히 그늘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런데 그사이에 있는 사공(40)세대는 2030세대의 개혁 주류세대에 끼지도 못하고 5060세대의 퇴역장군에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주변인(marginal man)이다. 지금까지는 잘 나갔지만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고개숙인 남성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엔 40대에 야망을 품어 5060세대에 꽃을 피우다 퇴직하는 것이 일반적 한국남성의 일생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40대에 풀이 꺾이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기업에서의 조기퇴직은 점점 나이가 줄어들어 대학을 졸업한 후 20년도 채 봉직하지 못하고 퇴직해야만 하는 조퇴 또는 명퇴 현상이 일어났다. 혁명이란 체제의 변화를 일컫는다. 그런 의미에서 5060세대의 체제에서 2030세대로의 체제의 전환은 세대혁명을 의미한다. 노동시장에서의 노동주기의 변화는 점점 짧아져 과거 한 직장에서 30년, 40년을 봉직했던 시절과 너무나 달라졌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에는 퇴직후 얼마 후에 저세상에 돌아갈 수 있었으나 요즘처럼 평균수명 80을 바라보는 때에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또다시 수렵을 떠나야만 하게 되었다. 게다가 만혼으로 인한 가족주기의 변화로 아직 부양해야할 자녀와 장수하는 노부모를 돌봐야할 햇수가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어디 그뿐이랴. 나일론 양말처럼 질겨진 아내의 주도권은 가정에서조차도 힘없는 40세대 남성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남자는 빵을 벌어야 한다는 가부장제 사회라는 것이 돈없고 힘없는 남성은 발붙일 곳 조차 없도록 만들었다. 사회·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아지면 가부장권에 손상이 오고 이는 곧 성(性)적으로도 나약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남편이 두려워하는 아내의 행위를 세대별로 지적한 것이 있어 살펴 본다.
30세대 남성은 ‘신용카드 빌려가는 아내’를 두려워한다. 아내가 카드로 마구 긁어댈까봐. 40세대 남성은 ‘야한 잠옷 입은 아내’를 무서워 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 40세대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50세대 남성은 ‘곰국 끓여 은 아내’라 한다. 곰국 끓여놓고 몇일 여행갔다 온다고. 60세대 남성은 ‘이사’라 한다. 이사갈 때 떼어놓고 갈까봐. 70세대 남성은 ‘등산’이라 한다. 등산가서 아내가 버리고 올까봐.
이 유머처럼 40세대에 고개숙인 남성이 많은 모양이다. 서양에서는 노년기의 성생활을 위해 바이아그라 처방을 받는 것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40대에 많다고 하니 이 모든 것이 다각적으로 반증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40세대 남성은 정말 갈 곳이 없다. 새 직장 찾아 떠나지만 ‘NO!’ 오죽하면 넥타이 매고 집을 나와 등산을 가겠는가. 오죽하면 그 나이에 가출하여 노숙을 하겠는가. 여성회관, 노인회관, 청소년회관, 어린이회관은 다 있는데 40세대 회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40대에 대통령이 된 박정희 대통령이 이럴 때를 대비해 힘있을 때 ‘사랑방회관’이라도 만들어 주셨더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새 정치에 바라건대, 개혁도 좋고 늙은 정치 청산은 더욱 좋지만 야망을 키워보려고 꿈꾸어 왔던 40세대 성인 남자의 갈곳도 마련해주고 목을 조여주시길…. 아직도 20년은 더 빵을 벌려고 수렵을 떠나야만 할 사람들이니까요.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