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 발생한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로 축구 꿈나무 사망 8명, 부상 17명이 발생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와 관련 전국의 지자체는 소방안전을 점검한다며 호들갑이지만 결국 언제나처럼 뒷북치기다. 우리나라의 안전 불감증은 세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나 이를 근절해야 함에도 반복되고 있어 가슴 아프다.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초등학교 꿈나무들이 화재로 희생됐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는 죽음 앞에 방치될지 답답하다.
이제는 좀 뒤를 돌아보며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 내 가족의 울타리에서 우리에 대한 배려와 상생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때도 됐건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배금주의와 자기 중심적인 제몫 챙기기에만 눈이 벌건 실정이다.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할 행정관청의 보신주의와 안일함 때문에, 드러난 문제들을 대충 얼버무리거나 시간에 묻어버리는 일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충북도청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친절하게도 충북도소방본부에서 충북지역 초·중·고등학교 61개교에 대한 소방안전진단을 벌인다는 안내문이 떠 있음을 보면서 뒤늦은 소방점검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시정을 위해 충북도가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어 전형적인 관의 처세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의 운동선수들이 합숙소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게 일반화되어 있음은 우리의 현실이다. 이들 합숙소의 여건은 대부분 열악하고, 학생들은 운동경기의 실적에 내몰리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합숙소의 운영비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합숙소 화재를 단지 소방안전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정말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는 접어둔 채 합숙시설 건축자재의 가연성 문제, 학기중 합숙훈련 폐지 등으로 문제를 대충 넘어가려는 자세는 또 다른 화를 부를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난 1995년 영국에 일 년간 체류했을 때의 경험이다.
당시 머물던 영국 대학 피터 교수의 초대로 주말을 보낸 나는 일요일 아침 그의 10살 짜리 아들의 축구시합에도 함께 갔었다.
시합 10분 전까지만 축구장에 도착하면 된다는 피터 교수는 그의 말대로 10분전에 축구장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도 아들은 곧장 축구경기를 위해 경기장으로, 학부모는 경기 관람를 위해 관람석으로 향했고 경기 후에도 언제 축구경기가 열렸나 싶을 정도로 10여분만에 운동장은 텅비었다. 자식을 위해 눈도장을 꼭꼭 찍어야 하는 우리의 교육환경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2개의 축구장에 유치원 또래의 축구 꿈나무들과 초등학생들이 각기 축구를 하는데 남학생들이 함께 여학생 2명도 함께 시합을 하고, 심판은 그 지역 프로축구 구단의 코치들이 직접 학생들과 뛰면서 현장에서 축구를 가르치고 그런 경기가 매주 열린다는 얘길 들으며 오늘날 영국 축구 발전의 원동력을 보는 듯 했다.
평소에는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가족과 생활하는 지극히 평범한 영국의 축구 꿈나무들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킬 그 날을 위해 프로축구 선수와 팀의 자료를 모으며 좋아하는, 성숙된 사회체육 교육의 모습을 보며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운동선수들은 일년 내내 거의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어쩌다 며칠 얼굴을 볼 뿐이었다.
꿈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꿈나무를 가르치는 체육지도자에 대한 처우도 학부모에 의존하는 현재의 문제는 시정되어야 하며, 정부와 지자체, 학교, 지역 사회는 보다 바람직한 교육환경을 위해 나서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꿈 많은 꿈나무들이 행복하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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