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평안도와 황해도는 해소병이 많았고 충청도와 전라도는 각기병이 많았다. 이처럼 풍토에 따라 해소병이 있고 각기병이 있기 마련이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콜레라와 장티푸스, 이질 등 전염성이 강한 돌림병이 유난히 많았다. 게다가 희귀병이라 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병으로 원인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다 죽어간 것이다.
특히 흉년 다음해의 봄에는 어김없이 조선팔도에 전염병이 창궐했고 죽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와언(訛言)이 돌아다니고 역신(疫神)이 내려오느니 별의별 소문이 나돌고 민심이 흉흉한 채 왜 그리 민간요법은 많았던지…
당시에는 발병의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약조차 구하기 어려웠고 치료는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날에는 의학의 발달로 어지간한 질병은 정복됐다고는 하지만 당시로서는 치료약이 없어 목숨을 건질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식이 많았던 가족 중 한 두 사람은 돌림병으로 죽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부모들은 병들어 죽어 가는 자식에게 “귀신이 들어 이를 쫓는다”며 고작 한다는 것이 무당을 불러다 굿판을 벌리는 정도였다.
오늘날 과학의 발전속도는 초음속제트비행기는 아닐지라도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21세기 첨단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미사일이 이라크 심장부인 바그다드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을 가한다.
그야말로 수백㎞ 떨어진 위치에서 가위로 종이를 오려내듯 목표물의 폭파가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때아닌 동남아 괴질(怪疾)로 불리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 창궐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가 괴질의 원인균을 찾지 못한 채 전 세계로 번지는 등 속수무책이다.
우리 나라 역시 정체불명 괴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일까지 중국과 홍콩 등 전세계에서 괴질로 63명이 죽었고 하루 60∼70명이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험지역인 동남아국가와 홍콩 등을 대상으로 발표됐던 괴질 경계령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괴질의 원인 균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으나 현대 의학으로는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치료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괴질의 영향으로 국내 관광업계와 항공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는 유가에다 이라크의 전쟁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여권신청이 42%나 취소 되고 동남아 일부 항공노선은 30%이상 감소하고 해외여행(2002년 660만명)이 봇물을 이뤘던 영종도 국제공항의 출국장은 괴질이 발생한 이후 썰렁할 정도다.
현대 의학으로는 암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고 있고 후천성 면역 결핍증인 에이즈(AIDS) 역시 현대과학으로도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괴질 창궐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도 남을 법하다.
우리 몸에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체내에 균이 잠복해 있는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 잠복균은 필요악으로서 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지만 길들여진 강아지 같아서 해롭기는커녕 고마운 악역인 것이다.
다만 문명의 발달로 필요악의 정도만 작용해야 하지만 본분을 망각하고 모반하여 체내에 대항하고 그것을 능가해서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창궐하는 ‘악역의 반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류의 세 가지 적은 질병과 기근, 그리고 전쟁이다. 이 중에서 질병(괴질)과 전쟁(미-이라크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니 (곧 정복되겠지만) 세상에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으랴.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