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속에 어제 개최됐던 김대중대통령과 부시 미대통령간의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및 경의선 도라산역 방문 연설내용 등은 여러 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가능성 치닫지 않을 것-

그 첫째는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이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의 감지이다.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축’으로 규정한 부시 미대통령이 그 악의 축의 하나인 북한의 지근거리에서 어떤 공세적인 말을 또 할것인가에 지구촌의 시선이 모아졌으나 그는 북한에 대해 ‘대화’재개를 촉구했다.
부시 미대통령은 지난해 6월에 한 대북대화제의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전제하고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오로지 방어적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다”라고 강조했다.
악의 축 발언이후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설이 유포됨으로써 북한에 대한 공격까지도 검토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하던 우리 국민들은 부시 미대통령의 이날 공식발언을 접하고 한반도 전쟁참화의 악몽을 크게 떨칠 수 있었다할 것이다. 그러나 부시 미대통령의 이같은 대화재개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대화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어떤 제재수단을 동원할 것인가는 미지수이므로 ‘부시의 대화’개념은 ‘한시적’일 수 있다 하겠다.
두 번째로 중시할 것은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부시미대통령의 시각에 변화가 없다는 점의 재확인이다. 북한이 한국의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음을 밝힌 부시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투명하지 않고 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미국의 대화제안을 수용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북한 주민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기 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잘라 말했다.
북한정권이 무엇이라고 변명하고 햇볕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의 김대중정부가 아무리 북한을 대화상대로 두둔(?)한다해도 미국은 김정일 정권이 행동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지 않는 한 ‘악의축’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우리 정부와 북한정권은 부시 미대통령의 이같은 ‘김정일 관(觀)’을 유념, 대미정책과 남북대화 등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중요의미는 부시 미대통령 출범이후 한·미간에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 대북정책 등의 불협화음이 크게 가셔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도 한미공조강화, 햇볕정책지지 등을 밝혔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관계의 공고화 △대 테러노력과 테러근절협력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문제해결 △남북관계에서 대량살상무기·미사일문제의 대화해결 등 네가지 면에서 부시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중요현안에 관해 과연 완전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없지 않다하겠으나 김대통령이 언급한 4개 중요현안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한·일 월드컵 등에 대해 두 정상이 기탄없이 좋은 의견을 교환한 것은 한미동맹강화의 차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논의의 결실이라 할 것이다. 이같은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이전투구의 싸움질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야당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2·20한미정상회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작태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북한정권, '대화의 장' 자각해야-

한편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보았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이제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대미회담과 남북회담에 관해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시쳇말로 표현하면 ‘공은 북한 정권에 넘어갔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미관계를 개선하고 남북의 평화공존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대화재개’가 필수적인데 북한은 일방적으로 대화를 단절하고 있으니, 그것을 푸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정권의 책임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대남무력통일의 속셈을 버렸는지 여부를 확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사일·대량살상무기를 제조, 외국에 계속 판매하고 재래식 무기를 휴전선 근처로 대량전진배치하고 있는 채 한때 계속됐던 남북 및 북미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는 북한정권은 북한 동포들을 살리고 정권자체도 생존키위해서라도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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