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다시 맞은 제53회 제헌절(制憲節)은 한국헌법이 지난 1948년 7월 12일 제정되어 17일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國慶日)이다. 헌법(憲法)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국가존립의 기본적 조건을 규정하는 근본법으로서 국가의 조직·구성·작용의 대원칙을 정하는 기초법이라 할 때 이같은 헌법을 만들어 국내외에 공포한 날은 ‘국가적 경축일’로 마땅히 기림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3·1절, 광복절, 개천절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국경일의 하나로 기념되어 온 ‘제헌절 맞이 소회(所懷)’는 어떤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번듯한 민주·민정헌법(民定憲法)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긍심보다 “호헌(護憲)의지의 박약과 나태”를 걱정하게 된다. 그 이유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 예나 지금이나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속되고 있는데다 헌법정신의 소망스러운 실천이 아직도 요원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헌법에 대한 도전’은 제정 이후 아홉차례의 ‘헌법고치기’ 과정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하겠다.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헌법 개정 과정에서 권력유지 및 강화를 위해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기본권을 약화시키는 헌법훼손과 헌법파괴형태가 없지 않았고 더 나아가서는 헌법정지상태 마저 빚어졌었다.

최근에 들어서도, 비록 내연상태로 들어갔지만 대통령 중임제 허용 등의 ‘헌법개정의도’들이 간단없이 표출되어 왔는가 하면, 성급하게도 일부에서는 ‘통일헌법’까지 들먹였다. 그리고 헌법에 합치하지 않거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정되는 법령들이 꼬리를 물고 확인됨으로써 하위법규범에 의한 근본법규범의 훼손경향이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할 것이다. 행정편의적 법령이나 의회입법권의 남용에 의해 만들어진 법률 등이 우리헌법의 기본정신을 저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국민들의 ‘헌법적 구제신청’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도전 현상의 극복도 호헌의 제일의적(第一義的)과제가 되고있지만 헌법전문과 각 장의 정신이 실제 헌정(憲政)에서 바람직하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헌법현실’도 시급히 타개하지 않으면 안될 ‘헌법적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서 ‘헌법현실’을 상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헌법전문(前文)에서 역설하고 있는 ‘사회적 폐습과 불의(不義)타파’,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의 완수’는 계속 숙제상태에 처해있다. 그리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겠다’는 제헌의지는 수구세력과 정당의 당리당파적 ‘딴죽걸기’, 그리고 북한의 계산적 대남접근 등으로 인해 가까운 기간내의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하겠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면에 있어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하겠으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갈수록 침해되고 있다할것이고 국민의 평등과 특수계급제도의 부인은 헌법의 명시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인 범죄에 있어서는 사실상 일반인 범죄와 차별되는 단죄와 사면·석방 등이 이루어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남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현상과 언론·출판의 자유가 언론사(주)의 비리, 탈법의 자유로 악용되고 있는듯한 현실도 반드시 바로잡혀져야할 헌정현안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국방의 의무가 ‘유권(전)면제’, ‘무권(전)입대’로 유린되어서는 안될것이며,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침해받는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헌정의 발전에 있어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선서대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와함께 사법권을 관장하고 있는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에 철저를 기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좀더 엄정하게 공직선거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국민들의 요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헌정질서의 발전적 확립과 관련, 그 누구보다 무거운 책무를 짊어지고 있는 당사자는 국회(의원)라는 측면에서 보면 금일의 한국국회(의원)는 지난 국회(의원)에 비해 별로 나아진게 없거나 어느면에서는 퇴보한 점이 없지 않아 맹성이 촉구되고 있다 하겠다.

국회(의원)의 ‘직무유기 현상’이 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날치기, 물리적 실력행사, 거수기 행태가 국회내에서 온존하고 있는가하면 정당공격수 노릇을 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의 ‘막가파식 발언’이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어 국회의원들의 행동, 언어세탁이 시급한 실정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제정한 법률준수에 수범을 보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도리어 위법·범법을 자행, ‘법규범 파괴자’로 심판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벌금형을 받는 사례는 헌법수호 차원에서도 강력히 일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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