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원정출산이 국제적 망신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 산후조리원 등에서 아이를 출산한 한국인 산모들이 자녀의 미국 여권발급을 신청했다가 입국당시 제출한 서류와 체류사유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민세관국(ICE)에 의해 조사를 받은 사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ICE 수사관들은 연방국세청(IRS)등 다른 연방기관과 합동으로 이들의 안내를 맡았던 미국 내 브로커도 현장에서 체포해 이민국 구치소에 구금하는 한편 산후조리원과 산부인과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예정이어서 더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되어 점차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원정 출산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미 국적 취득을 투자라 유혹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 국적법을 악용해 자녀가 손쉽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는 방법으로 시작한 해외 원정 출산의 수가 지난해에는 5천여 명이었으나 올 8월엔 이미 7천여 명을 넘어섰다는데 그 지역도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넓어지는 추세라 한다.

원정출산을 하는 산모의 수가 만만치 않자, 이들에게만 매달려도 장사가 되겠다 싶으니 국내 알선사들은 원정출산 패키지라는 희한한 상품을 성황리에 세일하고 있고 현지 역시 영어로 의사 소통이 어려운 임산부들을 위해 아예 한국어 통역을 두거나 한글로 안내문을 붙인 병원까지 등장하여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원정출산을 부추기며 원정출산 패키지를 파는 업체들은 이것 만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너무나 당당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입시지옥과 지나친 사교육비의 부담을 감내하며 십 수년을 고생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데 어차피 유학을 보낼 바에야 자녀를 원정출산 하여 미국 국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자녀를 위한 올바른 투자라는 그들의 감언이설은 참으로 솔깃하게 들린다.

미국 국적을 가진 아이는 교육비를 국가가 지불해 줌으로써 학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며 생활비도 아르바이트로 조달할 수 있어 부모의 도움 없이 유학생활을 할 수 있고 졸업 후에도 취직이 쉬워 미국사회 진출이 용이하니 금전적 혜택으로만 보아도 초기투자에 비해 몇 십 배의 이익을 줄 것이라는 꼬드김에 한번쯤 마음이 기울지 않는 산모라면 거의 철인이라 할만큼 그들의 유혹은 집요하다.

더구나 선진 의료시스템과 의료선진성까지 선전하는 데야 넘어가지 않을 장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 없이 원정출산 대열에 끼기 위해 몸살을 앓는 산모들에게 간곡히 충고하고 싶다.

외국 선호 풍조 각성시켜야

먼저 당신들에게 묻나니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이 어떻게 몇 십 배의 이문을 보려하는 투자 행위 일 수 있는가.
만에 하나 그것을 투자라 친다면 외국에 잘못 투자하여 생긴 부작용은 생각해 보았는가.

사랑스런 분신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어서 라고 변명한다면 원정출산으로 인한 신체적 무리와 심리적 부담 등으로 산모인 당신이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태아가 느끼는 몇 배의 고통이 정상출산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결국 지극한 모정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그대들의 원정출산은 자녀를 태내에서부터 혹사시키고, 자칫 이민국에 블랙리스트가 오를 경우 이민 입국 거부와 시민권까지 빼앗겨 귀한 아이는 아무 데도 소속이 없는 부랑아 신세로 만들기 십상이다.

외국 국적을 가지고 외국에서 살아야 인간다운 인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여. 제발 이 땅에서 아주 사라져라. 우리도 당신들이 망신스럽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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