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맑은 어느 날, 냇가에서 조개가 속살을 내놓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부리가 긴 도요새 한 마리가 다가와 일광욕을 즐기는 조개의 속살을 쪼아먹으려고 속살을 주둥이로 물었다.

그러자 조개가 급히 입을 오므리고 도요새의 주둥이를 놓지 않았다. 조개한테 주둥이가 물려서 숨이 막혀 답답해진 도요새는 조개의 입을 벗어나려고 버둥거렸고, 그럴수록 조개는 도요새의 부리를 더 세게 물고 늘어졌다.

한나절 그러는 동안 조개와 도요새는 지치게 되었고, 마침 그 곁을 지나가던 어부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서로 다투다 망하는 예 많아

이 이야기는 서양에서는 이솝우화로 전해오고 동양에서는 중국 전국시대의 얘기로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성어로 전해온다.

조개와 도요새가 싸움하다가 어부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는 것처럼 지금 우리의 산업계가 그 모양을 닮아 가는 것 같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커피 시장 개방 전부터 독특한 향으로 기호가들을 사로잡았던 ‘테이스터스 초이스’로 유명한 네슬레 커피 청주 공장이 장기간의 노조 파업으로 직장폐쇄 조치에 이어 청주 공장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역 경제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 네슬레 청주 공장은 우리 지역 경제의 한 몫을 담당하는 산업체로서 그동안 꾸준한 확장을 거듭해왔던 터이고, 지난 1998년까지는 생산성에서 전 세계 공장 중 1위를 차지했으나 최근 4위로 떨어지는 등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돼 왔다고 한다.
그래서 네슬레측은 직장폐쇄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을 떠나는 것도 고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네슬레측의 공장철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한국형 강성 노조 투쟁에 대한 외국기업의 일반적 시각과 그 대응전략이 네슬레 측도 그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우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록 한국 네슬레 노조측의 주장이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네슬레측이 한국시장에서의 사업성에 대한 비전을 찾을 수 없어 철수해버린다고 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우리 근로자이고 지역경제계일 뿐이라는 사실이고, 직장 잃고 난 다음 철수하는 회사보고 투쟁 구호를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산업계는 외국회사들 뿐만 아니라 내국인이 경영하는 기업도 한국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내국인의 3D 업종 기피와 잦은 노사분규, 고임금 등 인근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하여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어느 누군들 사업체의 해외 이전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산술적인 단순한 계산으로도 기업이 해외 이전을 하게 되면 우리 산업은 공동화되어 실업자가 쏟아질 것이고, 서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회사, 직장 함께 살길 찾아야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상화된 이면에는 장기 파업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지도부를 손들게 했다는데, 일자리가 없어지면 결국에는 우리 국민들도 동남아나 중국인들처럼 그들 나라로 해외취업의 길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70여일 째 파업으로 문을 닫고 있는 한국 네슬레 공장 정문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천막 시위 광경은 오늘의 우리를 조명하는 상징적 그림처럼 보인다.

천막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조간부들이 추석 명절을 눈앞에 두고 임금도 못 받고 있을 일반 노조원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노조원들이 추석을 우울하게 보내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조개와 도요새의 우화를 떠올리며 회사가 살아야 노조가 있는 법이고, 회사가 있어야 직장이 있다는 간명한 법칙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여유가 이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서원대학 수학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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