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셔야 됩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홈쇼핑 출범이후의 사상 최고 매출 기록에 상품을 설명하던 쇼 호스트조차 당황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총체적인 혼란에 빠진 국내 현실을 심각하게 돌아보게 한 이 상품은 홈쇼핑에서 주로 다루는 생필품 세일이 아닌 캐나다의 변두리로 떠나는 이민상품 세일이었다.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호객 성 멘트 대신 신중히 선택하라는 당부를 방송 도중 수 차례 끼워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방송 시작 20분만에 신청자가 1천명을 넘어설 정도로 상담신청이 폭주했다고 하니 거의 광풍에 가까운 이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인지 생생히 확인한 결과가 되었다.

이민 세일에 몰리는 희망자

지금 나라를 달구고 있는 이민에 대한 관심은 미지의 땅에 대한 개척의욕 등이 아니다. 교육 경제 행정 등 우리사회 전반의 뿌리깊은 부조리와 비효율에 대한 절망감이 조국을 등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유학이나 이민을 위한 설명회는 몰려든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고 대표적인 중산층인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찾아 미련 없이 조국을 떠나려 하는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무기력, 경기침체, 감당할 수 없는 사교육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개인적 불안감 등 이 땅에서 더 이상의 비전을 찾기가 어려워 이민상품을 신청했다는 40대 가장의 얼굴에는 희망이 아닌 깊은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무조건 떠나기만 하면 그 곳에 꿈 같은 이상향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민이란 결코 만만한 한 것이 아닐 게다. 실제로 이민의 허상에 대한 생생한 증언의 목소리들도 서적 등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데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캐나다 이민의 허상을 낱낱이 파헤친 캐나다 이민 절대 오지 마라 라는 이민 체험서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이주한 이 책의 저자인 평범한 주부는 캐나다를‘해외 이민 자들의 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교육, 의료, 경제 여건도 좋지 않고 고학력 전문직일수록 직업을 얻기 어려우며, 자녀를 야단치면 부모가 도리어 구속당하는 ‘영연방 사회주의 국가’가 캐나다라는 이야기다.

변변한 산업이 없어 사회 전체에 실업자가 만연한 데다 일하는 3가구가 은퇴한 1가구를 먹여 살리는 불합리한 사회인 캐나다로 대책 없이 이민을 갔다가는 한국에서 가져간 돈까지 다 까먹고 룸펜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는 이민 체험자의 말을 허투루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만이 성공적인 이민생활의 지름길이라는 전문가들은 충고를 이민을 생각하는 이 들은 물론 숙지하고 있겠지만 자기가 평생 쌓아왔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바닥부터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며 그렇게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떠날 만큼 이민이라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까.

해외이민 결정 신중 기해야


이민의 역사는 곧 우리 나라 역사의 거울과 같다. 과거 조선 정부의 무능과 일제의 악랄한 토지 수탈로 농지를 잃은 민초들과 일제침략에 저항한 투사들은 만주와 연해주 그리고 미주 등지로 이민을 했다.

나라를 잃은 울분을 안고 생계를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조국을 떠나야 했던 선조의 후예들은 이제 제 조국이 싫다는 감정적인 이유로 이민을 선택하고 있으니 낯선 땅에서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숨졌을 이민 1세들의 혼령이 통탄할 일인 듯 싶다.

보기 드문 진 기록으로 화제를 모은 홈쇼핑의 이민상품 매진은 단순한 해외이민에 대한 관심이 아닌 무조건 이 땅을 떠나고 싶어하는 탈 한국의 세태가 그대로 반영된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지적들이 그렇지 않아도 눅눅한 장마철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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