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明人과 文化人
文明人과 文化人
  • 서병규(주필)
  • 승인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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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생활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해주는 과학기술의 발달 상황을 ‘문명’이라고 표현할 때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확실히 높은 수준의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각종 문명의 이기들 때문에 인간의 생활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렇듯 거의 기적적인 수준으로 변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삶의 내용과 질 면에서 행복하고 만족스럽고 따뜻하기만 하지는 못한 것은 어찌된 일일까.



마음의 밭을 가는 게 문화다



매일 아주 넓게 전파되는 매스컴의 활자나 전파를 타고 전달되는 뉴스 정보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 문명이 우리에게 편리와 신속, 편의, 평등 등의 선물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물질적 측면의 진보나 발전이었을 뿐 정신적 평안과 안락, 행복, 사랑 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래서 현대를 비인간화, 자아상실, 물질만능의 시대라 부정적 시각에서 평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삶의 심층에 깔린 문제들, 인간의 참 모습, 어떤 것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인가, 선과 악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은 무엇인가 등등은 문명의 발전이나 향상, 진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문화가 밝혀줄 수 있을 뿐이다.
문화(culture)는 그 어원이 라틴어의 ‘밭을 갈다’에서 비롯되었다. 밭을 갈 듯 인간의 심성을 갈고 닦는 수양의 측면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지성과 감성, 의지를 균형 있게 개발 순화시켜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이 바르게 살아갈 길을 밝혀주는 것이 다름 아닌 ‘문화’의 구실이라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명과 문화는 병행할 수가 있지만, 별개의 것일 수도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때, 석가모니가 제자들과 함께 불도를 전파하기 위하여 먼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농부가 “수행자들이여, 지금은 농번기라서 모두가 매우 바쁜 시기인데 논밭을 가는 일을 돕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석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저도 논밭을 갈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농기구도 없이 무엇을 갈고 있다는 것이냐?”고 힐책했다. 이에 석가는 오른쪽 손을 농부의 가슴에 얹으며 “저는 이곳을 갈고 있습니다. 마음의 밭도 방치해 두면 땅이 굳어져 단단해지고 잡초로 덮일 것입니다. 부디 성자의 가르침을 들어서 믿음의 씨도 잘 길러 나가시기 바랍니다. 마음의 씨도 밭의 씨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밭을 가는 작업, 그것은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생활의 필요와 내용과 지향점을 의미하는 소박한 비유인 것이다. 그것을 통해 오늘날 우리는 고도의 물질문명의 발달을 이룩한 것이다.

대단히 높은 수준의 문명을 자랑하는 집단이나 국가가 문화의 수준에 있어서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경제적 수준보다 월등 높은 문화지수를 갖고 있는 민족, 국가도 있다.
그래서 높은 수준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문명화한 야만인’이라는 혹평을 듣는 개인이나 국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고도의 문명수준을 만끽하고 있으면서도 문화의 원시상태에서 맴돌고 있는 무리들을 우리는 도처에서 보고 있다.

문명만큼의 문화수준 필요


농번기에 논밭을 가꾸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논밭을 갈고 가꾸는 일만이 중요한 전부이고 마음의 밭을 갈고 가꾸는 일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보거나 논밭을 가꾸느라 마음의 밭에는 마음 쓸 겨를이 없다는 고집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문화에 비해서 문명의 수준이 낮았을 경우의 불편, 불만, 고통은 근면, 노력, 인내로 극복할 수 있지만 고도의 문명 속에서의 문화의 황폐에서 오는 불안과 불신, 불모는 치유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도 문명 수준만큼의 문화수준을 갖고 있는지를 돌아볼 일이다.

(청주대 겸임교수/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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