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들만 출마할 수 있는 ‘여성 전용 선거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여성전용 선거구제는 대만과 인도에서 이미 정착한 선거제도인데 상대 정당의 남성 후보에게 패할까봐 여성 후보 공천을 꺼리는 공천 현실을 감안해 고안된 것이란다.

여성 전용 선거구 제도는 현행 지역구와는 별도로 전국을 스물 세 곳 정도의 광역선거구로 나누어 여성들만 출마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여성 돕는 남성 제한 안 된다

21세기 첫 지방선거를 맞아 생활정치 위주로 지방정치를 개혁하려면 여성의 진출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 민주당은 설명하고 있지만 같은 당의 최고위원조차 여성전용선거구제와 지역구의원 후보자 30% 이상 여성추천 의무화, 경선 시 여성후보에 대한 20% 가산 제 도입 조항 등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다수 남성들의 여론도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돕기 위해 남성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위헌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명백한 역 차별이라 반발한다.

제도적으로 여성의 정계진출에 하등의 불리한 장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특별한 정치적 혜택을 받게 하는 여성전용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이를 법제화까지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 또한 지배적이다.

더하여, 여성전용선거구제를 도입해서 역량 없는 여성들이 대거 정계에 진출할 경우에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낮지 않다.

여성의 정치활동이 평범한 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참정역사의 뿌리가 오래 묵은 듯 생각되지만 사실 여성이 선거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불과 백 여년 전부터다.

1893년 세계 최초로 뉴질랜드가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고 그 뒤를 이어 호주의 의회에서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조건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을 인정했다.

미국의 경우 1878년에 여성참정권 청원이 의회에 제기된 후 청원은 매해 거부되다가 조직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의 결과로 1920년에 드디어 선거권을 갖게 된다.

미국의 일차 여성 운동은 이 결과에 만족하여 얼마간 휴식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미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자유주의 원리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여성들은 여성 참정권 운동 역시 소수의 지식인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그러나 영국의 여성 참정권 획득은 여성 운동의 직접적 결과가 아니라 1차 세계 대전 동안 여성들의 활약에 대한 보상이었다는데 1918년에는 30세 이상 여성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지다가 1928년에 이르러서야 21세 이상의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던 여성들이 프랑스혁명에 참가하여 투옥됨으로서 여성 참정권운동이 좌절되었던 프랑스의 여성참정권운동은 19세기 말에 영국과 미국의 여성운동의 영향을 받아 다시 활발하여졌으나 1946년에야 비로소 법률상 여성참정권이 보장되었다.

우리나라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1948년 제정헌법에서 남녀의 평등한 참정권이 인정되었으니 참정권의 역사만으로 보면 결코 서구에 뒤지는 것이 아닌 셈이다.

여성, 남성과 당당히 겨뤄야

여성들만 출마할 수 있는 여성전용 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를 보니 여성 정치참여 활성화에 대한 기대로 찬성표에 손을 든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살펴보아도 왠지 제도의 이름부터가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장애인용 편의 시설 같이 여성을 완전한 인격이라기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만 될 측은한 존재로 한 단계 낮추어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아니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여성전용 선거구제라는 것이 여자는 남자와 애당초 경쟁상대가 못되니 니들끼리나 한 번 놀아보라는 여성 비하가 들어 있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여성이라 해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 못할 일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남성과 동등한 조건 하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떳떳하지 않을까.

“인물만 좋아봐라 요즘은 여자라도 다 당선된다. 추미애, 전재희 모두 여자지만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핑계대지 말라.”는 남성 유권자의 목소리가 그래서 마음에 닿는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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