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1주일 정도 남겨 놓고 있다. 5월중에는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으며 스승의 날에 성년의 날도 있다. 이러한 날들은 몇 십 년 전부터 제정되어 기념하여 오고 있다. 물론 지난날에는 이 같은 기념일들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5월중에 가정 관련 기념일들을 제정 운영함으로써 그러한 기념일들이 없었던 옛날보다 가정관련 사항들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지난날과 현저히 달라진 사회변화로 인하여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변한 것은 물론 가치관, 인생관의 변화를 통하여 가정의 제반 상황은 지난날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게 사실이다. 큰 변화 줄거리를 살펴보면,

첫째는 핵가족화를 들 수 있겠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변함으로써 가족들은 각각 직장을 찾아 도회로 외지로 모두 떠나고 고향에는 노인이나 일부 농민만 남아 도회나 농촌의 각 가족은 ‘핵가족화’하게 되었다.
가정의 구성이 부부 중심으로 되는가 하면 맞벌이 증가 등의 상황은 노인의 봉양과 자녀의 양육에 있어서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더구나 산업사회의 특색 중 하나로 개인주의적 이기심의 일반화로 지난날의 가족제도는 송두리째 급속도로 파괴되고 말았다.
지난날에는 3세대 이상이 한 집에서 동거하는 대가족제도가 일반적이었다. 어린이의 양육과 노인의 봉양 문제는 대가족 제도 하에서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핵가족화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문제점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여권의 신장, 가치관의 변화, 남녀관계의 평등화는 부부간 이혼의 급증현상을 불러 많은 가정이 파탄을 맞고 가정을 잃는 자녀 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까지 보였다.
둘째는 배금주의와 쾌락주의를 들 수 있다.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사고가 팽배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윤리 도덕적 퇴락도 동시에 만연하게 되었다. 쾌락주의가 성도덕의 문란을 야기하여 많은 가정을 파탄시켰다. 가정의 평화가 쾌락주의와 배금주의에 의해 말살되고 말았다.
이런 가치관, 신념체계의 변화는 부모에 대한 효도나 자녀에 대한 사랑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부모에게 넉넉히 용돈을 드리고, 자녀에게 맛있는 음식과 장난감을 사주면 자신의 도리를 다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갖가지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셋째는 맞벌이 문제를 들 수 있다. 오늘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결혼한 여성이 직장을 갖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나, 여성의 ‘삶의 질’향상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로 보아 자녀의 양육이나 교육상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핵가족이든 대가족이든 간에 가정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은 흔히 ‘삶의 보금자리’로 안다. 직장에서의 느낀 피로를 말끔하게 씻는 곳이 가정이며, 아이들이 양육되는 곳도 가정이고, 노인이 그동안의 자식들에 대한 희생과 봉사를 보상받는 곳도 가정이다.
가정은 모든 사람의 삶의 보금자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와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의 가정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넷째, 사회 질서 붕괴문제를 들 수 있다. 가정은 바로 사회의 토대다.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삶을 함께 하는 장소이다. 그런데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질서가 필요하다. 오늘날은 경쟁사회라고 하지만, 그 경쟁은 질서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사회의 질서는 타인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해서만 정립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질서의식의 회복이 중요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한국의 사회는 대통령이 ‘통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탄할 만큼 질서가 흐트러지고 이기심의 표출이 극심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다. 질서확립을 통한 사회 기강의 확립 또한 긴요한 실정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우리는 사회의 기본이자 기초인 가정, 가족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하겠다. 자기의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가정에서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을 이웃에게 확장시켜 나갈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살맛이 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몇 일 남지 않은 '가정의 달'을 진지한 자세로 성찰하며 우리 모두가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일에 큰 관심,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로 느껴진다.
(청주대학교 겸임교수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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