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회의원까지 ‘흥덕사’ 복원에 발벗고 나선 시점에서도 청주시는 여전히 딴전이다. 복원 사업의 기반이 될 예산까지 확보하였으나 이를 구체화할 대책은 안중에도 없이 엉뚱하게도 이번에는 ‘직지의 날’ 지정을 논하고 있다. 그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문화행사의 기초는 분명한 목적 즉 ‘컨셉(concept)’을 확실히 하는 일이다. 청주시는 한 번에 수십억원씩 쏟아 붓는 행사를 수 차례 치르고 나서 국비나 도비 지원금 까지도 입장료 수입에 가산하여 수십억원 의 세금을 소비한 행사를“흑자로 치른 행사”라 부풀리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직지’의 문화재적 가치를 널리 홍보하는데 성공했다“는 뜬구름 잡는 식의 홍보에 열을 올려온 행태를 되풀이해 왔다.

그리고 직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상등록을 마치 직지 관련 사업의 종착이 아니면 핵심인양 업적을 부풀리는 홍보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모습도 보여왔다.

줏대 있는 시민, 불교계 인사가 “흥덕사가 복원되고 많은 외국인이 인쇄문화의 발원지 그곳을 보려고 몰려드는 상황을 만드는 게 직지 관련 사업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여도, 청주시는 귀를 기울일 생각조차 않고, 시급한 과제를 미루어 둔 채 다시 ‘직지의 날’ 제정으로 긴급 과제를 외면하려 하고 있다.

흥덕사에서 벌여야 의미가 있을 활동과 사업을 굳이 ‘고인쇄 박물관“으로 대체하며 비판의 화살을 빗겨 온 청주시가 다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흥덕사‘복원 문제에 여전히 딴전을 부리려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 즉 불교관련 사업을 진흥시키면 신도 수가 월등 많은 타종교의 불만을 사게 돼 차기 선거를 의식하여야 하는 단체장으로서는 감히 앞장 설 수 없다는 게 배후에 깔린 진실이라고 어떤 핵심 정책결정자가 토로한 바가 있다.

국회 윤경식의원의 노력으로 복원의 초석이 될 5억여원의 예산 확보에 이어 관계 당사자들에 의하여 ‘흥덕사 복원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절차를 밟게 되리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데도 청주시는 여전히 이에는 별 관심조차 없이 덜 시급한 ‘직지의 날’ 제정을 내놓고 시선을 돌리려 하고 있다.

그 자랑스러운 세계인쇄문화의 발원지 흥덕사를 한번 둘러본 시민이면 느끼게 되는 실망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직지심체요절’ 관련 모든 행사와 전시는 흥덕사가 복원되어 옛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게 핵심인데도 청주시는 애써 이 절의 의미를 희석이라도 하듯 모든 유물 등 관련 유품을 고인쇄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고, 제작 장면도 모형으로 이곳에 설치하고 있을 뿐이다.

그 위대한 역사의 현장 ‘흥덕사’가 정문 하나 없는 몰골이다. 어떤 변명으로도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흥덕사’가 번듯이 서고 ‘고인쇄박물관’이 부속건물 격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주부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고인쇄박불관 정문을 거쳐 좁은 옆길로 흥덕사를 출입하여야 한다.

비난에 대한 입막음이라도 하듯 ‘본당’ 하나를 어설프게 복원해 놓았으나 그 관리실태가 말이 아니다. 신자나 관람객이 들어가 예불 혹은 경배라도 드릴 수 있어야 존재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런 상황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부처님을 모셔 놓았으나 입구 시설로 법당에 들어설 수 없음은 물론 먼지투성이인 것은 차치하고, 그 성스러워야 할 본당의 위상이 말이 아니게 초라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현재 금당과 석탑만 어설프게 복원 아닌 복원이 되어 있을 뿐이다.

강당지, 화랑지 등도 조속히 세워져야 한다. 인근에 설치된 수억원을 쏟아 부은 ‘구름다리’를 보는 마음이 한층 서글퍼진다. 흥덕사의 명성을 기려 외국인이 찾아오면 이런 방치상황을 청주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한심스럽다. ‘속빈 강정 격인 흥덕사’ 를 만들어 놓고 있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어 마땅한 저 유명한 ‘백운화상초록직지심체요절’을 찍어 낸 ‘흥덕사’ 가 역사의식이 희박한 몇몇 자치단체장의 무책임한 외면 탓으로 분명 위대한 사찰이면서도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폐허화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생존전략이 문화에 있고 문화는 역사적 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완전히 왜곡되어 있다.

이게 청주시가 지난날 한 해 수십 억 원씩 엄청난 예산을 퍼부으며, 직지가 위대한 문화유산이라 외쳐 대고, 성공적인 행사를 치렀다 자화자찬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게 직지의 모든 것인 양 수선을 떨면서, 고인쇄박물관의 부속건물 정도로 전락시켜 놓은 그 위대한 ‘흥덕사지’의 진면목이다.

도로표지판의 ‘흥덕사지’가 하루 속히 ‘흥덕사’로 바뀌고 이곳에 외국 관광객이 몰려오도록 복원하여 가꾸며, 청주의 이미지가 ‘직지의 도시’로 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진실이 몇 명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 왜곡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 청주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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