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인의 때묻은 정치적 제스추어에 능하지 못하고, 매사에 신중한 민주당 홍재형국회의원(청주 상당구)의 ‘5.24탈당서 제출시위’에 대해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홍의원 자신의 민주당내 소외 및 위상약화에 대한 ‘자구(自救)몸부림’이다.

홍의원의 민주당내 입지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예시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이용희 보은·옥천·영동지구당위원장에게 빼앗(?)긴데다 지난 20일 도지부 상무위원회가 민주당 충북광역의회의원 1순위 비례대표후보를 홍의원 의중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결정함으로써 홍의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정책위장에 3차례나 거론됐으나 끝내 불발됐고 최근의 도내 지구당 위원장과의 관계에서 도지부장으로의 위신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일을 당하자 홍의원은 ‘비상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당내 위치가 더욱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도지부장 사퇴’에 이어 ‘탈당서 제출’이란 극약처방을 선택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여기에 한 걸음 더한 의미로 홍의원은 자신이 지지해온 이인제 대선후보의 탈락이후 민주당 자체에 흥미를 잃어 당과의 인연을 청산하려 하던차에 자신의 자존심을 훼손한 것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을 겪게되자 탈당의사표시를 하게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의원은 당지도부의 만류로 재심사숙고, 최종적인 거취를 오늘(27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홍의원이 중앙당에 요구한 조건 중 일부는 그 이행이 아주 어려운 사안이어서 홍의원이나 민주당 지도부의 말이 결과적으로 ‘공허‘하게 될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홍의원이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요구한 것은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역유치 당차원 지원 약속 △6.13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역후보 특별배려 △충북도의원 비례대표 여성결정 △대통령 후보경선 후유증 해소 등이다. 이중에서 오는 지방선거시 충북지역후보 특별배려와 충북도의원 비례대표를 여성으로 결정하는 문제는 이미 해법을 찾았거나 못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당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후유증 해소문제는 고위 당직자 몇 명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재편되는 당내 파워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내연(內燃)상태에 있는데다 6.13지방선거 이후를 겨냥한 민주당 중진들의 계산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것 같아 경선후유증의 치유는 당분간 지난(至難)한 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길은 민주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상호포용’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대선후보 경선후유증 해소보다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역 유치를 당이 약속하라는 홍의원의 요구이다.

한화갑 대표는 지난 25일 노영민 충북도지부 수석부지부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홍의원의 요구사항을 전폭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지만 이 문제는 한 대표의 말 한마디나 개인의지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난제중의 난제(難題)인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점역 문제는 당초 충남천안으로 결정됐던 것을 충북의 강력한 반발로 백지화, 대한교통학회에 용역을 다시 주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연말 그 결과 발표이전에 민주당이 충북의 오송기점역 유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 유권자가 훨씬 많은 충남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천안분기점역을 주장하는 충남측의 손을 들어주면 충북측이 ‘사생결단’의 자세로 나올것이 분명한 사안이어서 민주당은 올 12월의 대통령선거 때문이라도 섣부른 지원약속을 할 수 없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24일 CJB청주방송 도지사후보초청 TV정책토론회에서 이원종 한나라당 후보와 구천서 자민련후보 모두 당선되면 지사직을 걸고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역을 유치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충남도지사후보들도 천안분기점역 관철을 공약하고 있는 판이어서 어느측의 누구도 이 일의 성사를 호언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할 것이다.

‘홍의원거사’의 두 번째 의미는 충청권, 그 중에서도 충북내 민주당(더 나아가 충북정치권 전체)의 ‘강력한 구심점’이 없어 지역국회의원 등 지방정치인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후 정계개편과 관련, 이들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지켜 볼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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