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통합문제가 다시 쟁점화하였다.한대수 청주시장이 청주. 청원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데 반하여 오효진 청원군수가 즉각 ‘통합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 논란이 재연됐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두 단체장이 참으로 큰 착각에 빠져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대수 청주시장의 경우를 보면, 그것이 공약사항이든 아니든 진정 통합의 의지와 열망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시장이 전면에 나서서 주장함으로써 목표의 성사는커녕 오히려 일을 그릇치는 수순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청주시장이 앞장서는 것보다는 학계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이 신중한 방법으로 논의하고 접근하여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공론화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밤중의 홍두께’ 격으로 단체장간에 구체적 사전 논의도 없이 불쑥 내밀어 반발을 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점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편, 오효진 청원군수도 이 같은 도·농간 통합의 문제는 자치단체장이 일방적,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의사. 의견, 여론에 따라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신중하지 못하게 마치 전결사항이라도 되는 듯 단칼에 자르는 모습도 온당한 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지 않아도 통합 찬성론자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치단체 등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관 단체장이나 공직의 구성원이지 군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어 군수의 대처방식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증거라고 볼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 단체장의 행태를 보며 청주시장이나 청원군수가 다 같이 행정적 권위주의에 젖어 “모든 것을 내가 다 결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민이 눈에 보이지 않는 타성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또 언론은 이런 사실을 전달만 하고 분석. 논평이 없어 주민의 판단에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행정구역개편의 내력을 보면, 지난 1994년 43개 군과 49개 시를 통합대상지역으로 선정하여 공청회를 연 후 여론조사식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1995년 모두 40개 도. 농 통합시가 발족한 바 있다. 도(都). 농(農) 간의 지방자치 구역통합은 긍정적, 부정적 양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긍정적인 면을 보면,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하고, 광역행정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대 유리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으며, 또 역사적 동질성을 회복시킬 수 있고, 그 동안 소외되어 온 농촌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도시와 농촌의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을 펼치기 어렵고, 기초자치단체의 규모가 너무 커지며, 농촌지역의 대표성을 약화시킬 수 있고 농촌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며, 도시지역 혐오시설만 농촌 지역으로 이전함으로서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점등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의 지방자치구역 설정 실태를 보면, 전체적으로 구역을 확대하여 능률성을 추구하는 경향과 광역행정으로 복잡하던 자치구역 제도를 단순하게 줄여 나누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능률성의 가치를 지향하여 통합을 선호하는 추세였다.

미국의 저명한 학자 비시와 오스트롬(Bish & Ostrom)도 ‘큰 규모의 행정구역은 질 좋은 써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정부와 주민간의 밀착된 관계를 해칠 수 있다’ 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행정체계가 6개 내지 5개 단계의 너무 많은 층이 의사전달의 왜곡에 의한 비효율 문제와 공무원의 군림에 의한 비능률성, 무대응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자치구역의 인구와 면적이 규모 면에서 너무 크기 때문에 1차적으로 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지방자치의 활성화에도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통합의 문제는 두 단체장의 의사, 의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의사, 결정에 따라야 한다. 주민도 과연 어느 쪽이 좋은지를 판가름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서로의 입장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공론화 하여 논점, 쟁점을 제시하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다.

청주시. 청원군 양 자치단체장에게는 주민간의 합리적 논의. 결정 과정을 이끌어 갈 책무가 있는 것이지 최종 결정권이 주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바로 알아야 한다. 두 단체장의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에 청주 청원 주민이 다 같이 매우 실망스러워 하고 있다. 청주, 청원의 시민단체나 여론 조성층도 방관만 하여서는 안 된다.

/ 청주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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