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난의 불예고성(不豫告性)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난 5∼7일 내린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심대한 수해를 발생시킴으로써 피해주민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경기 등 타 시도의 수해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에서는 농경지 2천 538ha가 침수됐고, 도로가 유실됐으며, 가축 7만7천여 마리가 폐사 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데 농경지의 경우 118ha는 유실 됐거나 매몰된 것으로 나타나 그 농지의 올 농사는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양곡창고 1곳의 침수로 보관중이 던 벼 778가마(40kg 짜리)가 물에 잠겼는가 하면 2개 양어장도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비닐 하우스 등 농업시설물 다수와 양수장 7곳 등 수리시설물 40여곳도 매몰되거나 파손됐다. (충북도 재해대책본부 잠정집계)

인근 충남의 경우도 실종 2명, 농경지 침수 3천663ha, 주택침수 546채(파손 36채) 이재민 211가구 542명, 공공시설 105곳 등 80억 5백만원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충남 재해대책 본부)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는 정밀조사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 특정 수해의 책임 문제를 의식, 관계 당국자의 수해집계 보고가 축소됨으로써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는 행태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노파심에서 피력한다.

수해의 규모가 어떻든 이제는 더 이상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수해복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급성을 역설하고자 한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난의 돌발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의 최소화와 복구 작업의 추진은 민·관이 힘을 합칠 때 놀라운 성과를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충북도가 이원종지사의 진두지휘아래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복구 종합대책을 세우고 신속히 실천에 들어간 것은 시의 적절한 ‘재난 대응 행정’이라 하겠다.

충북도 재해복구 종합대책에서도 고려하고 있듯이 재해복구의 선 순위는 유실된 도로를 비롯 전기·통신·가스·수도 등 주민들의 일상 행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있는 공공시설을 복구하는 일이다. 이 복구작업에는 민방위 대원, 공무원, 경찰, 군(軍)은 물론 자원봉사자, 하계봉사중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구성원이 나서 수해(水害)의 상처를 조기에 치유하고 수재민의 아품을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활화산(活火山))처럼 분출했던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 열기의 일부만이라도 수해복구와 수재민 돕기에서 재현한다면 호우로 인해 빚어진 재난 상처는 ‘의미있게’ 아물어 질수 있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사망·실종자 등에 대한 위로금 지급 및 부상자 지원과 주택침수 이재민에 대해 긴급 생계비, 침수주택수리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재민들이 보금자리로 돌아가 실의를 딛고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침수지의 원활한 급수는 물론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방역 반을 신속히 파견해야 할 것이며 피해 농경지(시설)에 대한 복구지원·공동농약살포 등에도 빈틈없이 힘을 써야 한다.

이 같은 긴급활동에 나서면서 우리가 다시 한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이다. ‘준비가 있으면 근심 할 것이 없다’는 이 말은 금번 서울 관악구에서 여실이 보여주었다.

지난해 7월 중순, 폭우로 12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했으며 7천126가구의 침수 사태를 겪었던 관악구는 전국을 강타한 이번 집중 폭우에서 거의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올 장마전에 주택가 골목길에 설치된 관내 전지역 2만3천71개의 빗물받이에 대한 준설 및 정비작업을 완료했었고, 작년 피해 극심 지역인 신림 6·10동 지역내 539m 구간의 개수로 정비공사까지 마무리했었다.

그리고 수해위험을 휴대폰, 유선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관내 저지대 주민 2천700여명에게 실시간으로 알리는 자동음성통보 시스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해당지역 주민들이 수해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이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여 자연재해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음을 관악구청 측은 증언하고 있다. 관악구의 이같은 ‘재난방지 현장행정의 강화’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선진행정’이라는 점에서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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