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우리의 선조들은 밤잠을 설쳐가면서 손에는 멍이 들고 땀으로 범벅된 육신을 이끌고 황무지(荒蕪地)를 개척하여 논과 밭을 일구어 놓았다. 이렇게 애써 만들어진 우리들의 터전을 모두 떠나고 일손이 없어 다시 황무지로 돌아가는 날이 오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겠지만 지금의 현실로는 꼭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지를 않는가.

우리는 지금 유명 브랜드의 사치품과 의류를 비롯하여 별의 별 농산물이 외국으로부터 물 밀 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갖가지 농수산물이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가 즐기는 식단을 만들고 있고 심지어는 집에서 기르는 짐승들까지도 이젠 신토불이가 없고 수입해서 들어온 식량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의 식생활문화도 외제로 물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날의 가난했던 아픈 과거를 빨리 망각하고 또한 아픈 과거를 체험해 보지 못한 후세들은 선인(先人)들의 가난했던 지난 세월을 함께 돌이켜보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믿기 어렵다거나 수치스러운 과거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 감각과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건강한 정신자세로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식생활문화에서부터 아끼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실천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배고픈 어린 시절 못 먹고 허기진 몰골을 해가지고도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몇 십리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녀야 했고 가난에서 오는 갖가지 불편함을 몸으로 체험하지 않았던가. 가난이 결코 자랑스러운 과거는 될 수 없겠지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피땀 흘리면서 힘든 나날을 참고 견디어 온 훌륭한 세대들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풍요로운 생활이 주어진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보다 더 고마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는 언제나 마음껏 뛰놀수 있는 산과 들이 있었고 희망이 넘치는 넓은 바다가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는 소중한 재산으로 생각해 왔고 이것을 얻고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야만 했던 지난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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