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된 교육여건 개선 추진 계획은 비판론이 없지 않으나 비교적 긍정적인 계획으로 보여진다.

이 계획은 현 대통령의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 표명을 추진 배경으로 7차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 학급당 학생수의 감축, 교원 정원 증원, 교육시설의 확충, 기초 학문의 보호 육성 등이 주된 내용이다.

물론 이 계획에도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

우선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과 자료의 개발 보급 및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내년부터 3개년간 2천659억 원이 투입된다. 또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03년까지 모두 35명으로 감축시킨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2004년까지 1천208개교를 신설하고 3만6천120학급을 증설한다. 여기에는 총 12조 2천797억원이 투자된다.

또 내후년까지 2만3천600명의 초중등 교원을 증원시키는데 1조 1천640억원, 교육시설의 확충을 위해 2004년까지 2조 4천억원, 이 밖에 대학교수 정원 증원과 기초학문 보호 육성 등 이번 계획의 총 소요액이 16조 5천596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 가운데 이미 12조3천200억원이 확보되어 있고 추가 소요액 4조 2천억여원은 각각 당해연도 예산에 반영키로 관계 부처와 ‘합의’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2만3천600명에 이르는 초중등 교원과 2천명에 이르는 대학교원 정원 증원도 이미 관계부처와 ‘합의’ 되어 있어 이 계획의 추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일선 교육 관계자들이나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계획 실현의 관건이 되는 재원 조달에 있어 관계 부처 간의 ‘합의’가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구속력 있게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계획들이 ‘칼자루 쥔 사람’들의 힘에 밀려 좌절되고 만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힘 있는’ 사람들의 제스처가 이 계획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전부터 이미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이다.

즉 19일 한국교육행정학회가 주관한 한 토론회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4~5명 줄이기 위해 1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 대해 “전형적인 저효율 투자”라고 경제부처와 산하 연구기관이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달 청와대 간담회에서도 ‘끝발있는’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가 “수조(數兆)원을 투입해 학급 당 인원을 줄이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식 교육개혁”이라고 비판했다고 하며,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도 “학급당 학생수가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교육의 질이 나아졌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일부 교원들 사이에서도 “과거 콩나물 교실 시절에도 교육현장에 섰던 선배들은 지금처럼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할 정도까지 가지는 않았었다”면서, 교육의 질적 향상이 반드시 엄청난 돈의 투자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닌 만큼 교육의 내적 질 향상을 위해 현직 교원들이 자성(自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문제는 돈(錢)이다.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돈 문제에 백성들이 이리쿵저리쿵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국민 어느 누구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이러한 교육정책이 근본적인 재정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되고 또 곳곳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은 학부모들이 이번에도 또 그렇고 그런 발표용(?)이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보고’도, ‘발표’도 없었던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다소의 논란이 있기는 하나 교육에 관한 한 경제논리가 최우선은 아니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교육에 관한 한 한강투석(漢江投石)이라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해서 ‘교육 부실’이란 오염된 강물을 막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머지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이번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권자(權者)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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