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가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되기로 결정됐다. 지난 6월27일부터 29일 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제5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자문회의에서 본부에 등재를 추천키로 한 것이다. 이로써 ‘직지심체요절’은 보존 측면에서 기금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아 보존· 보호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평등한 이용을 장려 받을 수 있으며 기록유산에 의해 만들어진 자료들을 전세계에 널리 보급할 수도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나라의 문화· 역사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직지’의 위상 확립의 기반이 구축된 것이다. 드디어 ‘직지’가 넓은 세상으로 성큼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에 즈음하여, 우리에게는 직지의 보존· 관리, 홍보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프랑스와의 협력관계의 유지. 증진을 도모해 나가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부여되었다. 앞으로 ‘직지의 반환’ 같은 일방적 주장은 두 나라 사이의 우호관계를 깨, 직지 관련 문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세련된 자세도 요구되고 있다. 기네스북 등재도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쾌거를 지켜보며 이 기회에 직지 관련 활동의 바른 방향과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자 한다. 행사 자체를 업적 홍보에 목적을 두거나, 목표의 부분적 달성을 과대 포장하여 본말을 흐리게 하고 자주 열어온 행사들이 본래의 목표나 목적에 걸맞지 않는가 하면 많은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직지’ 관련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첫째,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된 서적임을 확인하여 한국이 서구 보다 일찍 금속활자를 만들었음을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후 흥덕사가 세계적 명소로 각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관광명소에 비교될 수 있는 역사적 현장으로 부각되어야 한다. 셋째, 직지를 찾는 일에 보다 적극적이어서 일본, 중국 등 인근국 내지는 교포 세계에 이르기까지 눈을 돌려보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넷째로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선양하고 우리 청주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런 성스러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보면 첫째, 흥덕사가 복원되고 그 곳에서 모든 ‘직지’관련 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어떤 이유로도, 누구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종교가 이유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전직 시장 K씨도 스스로의 미흡을 시인하며 “흥덕사의 복원과 그곳에서의 활자제작 과정의 재현이 없는 직지 관련 사업은 누가 뭐라 해도 허구일 뿐이”라는 공공연한 주장만 봐도 실감이 날 일이다.

둘째, 홍보의 일차적 대상은 외국이나 외국인이다. 이런 활동의 원활화를 위해 내국인을 부수적 홍보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참으로 의미가 큰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목적이 전도돼 많은 예산이 수차 본래의 목적일 수 없는 곳에 낭비되어 왔다.

셋째, 직지의 내용까지도 홍보되어야 한다. ‘직지심체요절’ 즉 불경의 내용까지도 홍보하여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정신문화를 향수하여 왔는지를 세계에, 국내에 알리는 일 또한 중요함에도 이에 대한 관심이 희박했던 점에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향감각을 잃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나 하면 목적의 일부가 될 행사 자체에 과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성공적 개최를 업적으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기가 일쑤였다. 역사적 현장, 흥덕사는 방치한 채 많은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우를 범해 왔음도 부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직지 관련 사업, 활동은 바른 방향과 목적 하에서 추진돼야 한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단체장에 의해서는 민감한 종교적 문제가 깔려 있는 흥덕사 복원, 운영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특별 독립 기구를 설립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할 전망이다.

‘직지’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자축과 함께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청주시민에게 부과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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