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문화의집, 구술자료집 발간
과거와 현재 넘나들며 골목의 삶
아홉 주민들의 추억·사진 담아내

▲ 여기 꼭두배기집 저 밑 뽕나무밭

“이 동네서 먹던 물이에요 참 물 좋았어요.”

“그때는 여기 번데기 장사하고 전부 번데기 먹고 그랬죠.”

“체육관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본 여자는 나 하나밖에 없다고.”

“옛날에 요만한 양은 솥 걸어놓고 밥 하나 하면은 변또 여섯 개 싸고 우리 식구 일곱 먹으면 없어요.”

 

청주 사직동의 골목 이야기다. 과거 뽕나무밭과 제사공장, 고구마 밭, 논이 전부이던 사직1동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이들의 추억 돋는 이야기들이 글밭을 이뤘다.

골목은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마음의 고향이다. 모든 길들이 어머니와 이어진 탯줄처럼 샘물이 시내가 되고 강물로 흘러가듯 골목에서 시작한 마을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골목이 만들어진 역사와 집의 내력,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발굴하고 지역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실천하기위해 추진됐던 한국문화의집협회 시민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골목은 강으로 흐른다 -사직동 in 디지털’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구술자료집 ‘여기 꼭두배기 집 저 밑 뽕나무밭’을 발간했다.

흥덕문화의집이 엮은 이 책은 사직1동 3, 4통 골목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작업을 해온 결과물을 사진과 글로 담은 골목 자서전이다.

초등학교가 옆에 있는데도 아이들은 골목에 살지 않아서 학교 후문으로 나와 골목 맛도 못보고 썰물처럼 빠져나갈 뿐이다. 떠나지 못하고 오래 살았어도 어제 같다가 오늘 같기도 한 골목. 골목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살다가 떠나고 없는 자리이지만 오래된 나무들은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있다.

떠나간 집에 살러 온 사람들 이야기와 나무와 쪽밭처럼 집과 골목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한 도시의 따뜻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골목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신영섭, 이상훈, 지청식·박창규, 임덕빈·권영문, 선정숙, 김운기, 정형숙, 박명희, 이해우 등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맛깔나게 버무려졌다.

“여기 육이오때 제사공장이 폭격을 제일 먼저 맞았어요. 육이오 나면서 제사공장이 여기 있었거든요. 아무것도 아닌데 그거 먼저 폭격하데 그냥. 그래서 전부 제사공장이었는데 전부 싹 탔어요. 동네 사람들이 거기서 채소 해 먹고 하다가 고 다음에 내가 뽕나무를 심었어요. 시외버스 터미널 그 자리에 다 뽕밭이었어요. 그리고 이 짝에 잠종장. 청주서는 연초제조창하고 이게 제일 큰 공장이었어요.”

역사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야기 보따리’가 이 책은 봇물처럼 쏟아낸다. 한 마디 말도 그대로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역사이자 지역 문화자산임을 깨닫게 해주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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