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조어 중에 ‘실드(Shield)치다’란 말이 있다.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방어하고 보호하려는 맹목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방패, 보호막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shield’와 ‘치다’라는 우리말이 합성된 것이다. 게임에서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실드 스킬(방어막·방어마법)’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반대 입장의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부정적 뉘앙스로 쓰이지만 진영에 상관없이 일방적인 감싸주기 행위에 대해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이돌 가수의 표절 논란에 팬들이 ‘작곡가 잘못일 뿐’이라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관련해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너희 정권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대응하는 것이 대표적인 실드치기 사례다.

최근 충북도의회가 이시종 지사에게 불리한 대집행부 질문을 막으려는 듯 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충북도의원 35명 중 당적이 없는 교육의원 4명과 민주노동당 1명을 빼면 민주당이 25명, 새누리당이 5명이다. 도의회가 같은 민주당인 이 지사를 위해 실드를 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적당한 선에서 자당소속 지사를 감싸는 것은 어느 정도 묵인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도가 지나쳤다. 5명의 민주당 의원이 소나기 질문 신청을 한 것은 ‘의혹’으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상임위별로 1명씩 질문자를 뽑기로 해놓고 상임위의 결정과 다른 의원을 질문자로 결정하는 것은 명백히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과잉 방어란 의견이 많다.

‘정당한 기준’이라는 김광수 의장의 해명보다 ‘사전 입 막기’라는 김종필 의원의 말에 더 믿음이 가는 상황에서 도의회의 지나친 실드치기는 모두를 무너트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무조건 끌어안기보다 잘못됨을 인정하고 고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팬, 동반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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