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맛 찾아 떠나는
전라도 영광굴비 기행

호남에서 서울까지 며칠을 걸어야 했던 옛날엔 지역마다 특별한 음식풍속이 남아있었다.
전국이 하루 여행길로 좁아진 요즘에도 옛전통을 간직한 별미는 본고장에서 접할 때 제맛이 난다.

'자연건조' 법성포 굴비 맛 유명

충청도에서 전남 영광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영광 법성포에 가면 유래깊은 영광굴비의 참 맛을 찾을 수 있다.
최근 통신판매 등 유통의 발달로 귀하게만 여겨졌던 영광굴비도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직접 법성포구에서 손으로 만져가며 구한 진품과 비할 바가 못된다.
충북에서 영광을 찾기 위해서는 대전을 경유해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자가용으로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내려서야 한다.
하룻밤 서해안을 내려다보며 쉴 수 있도록 넉넉한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영광 법성포 굴비가 유명세를 얻은 것은 근해에서 잡히는 조기만을 구해 이 지역 특유의 하늬바람(북서풍)으로 자연건조했기 때문이다.
법성포의 지리환경은 하늬바람을 지속적으로 부르고 짠내가 배인 바닷바람은 조기 건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으로 손꼽힌다.
과거에는 법성포 앞바다인 칠산바다에서 잡은 참조기만을 사용했으나 어획량이 줄어 추자도와 가거도 해역에서 잡히는 조기를 수매해 특유의 가공방법으로 굴비를 만든다.

맑은 바닷물에 씻어 그냥 먹기도

법성포에서는 조기를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로 세척하기 때문에 그대로 먹어도 위험하지 않은 먹거리로 알려졌다.
국내산 참조기는 머릿속에 단단한 뼈가 있어 석수어(石首魚)로도 부르며 백조기 등과 달리 은은한 황금색을 띤다.
특히 3월 중순경 참조기가 산란을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추자도와 가거도 해역을 거쳐 서해안으로 회유할 때 잡은 것을 으뜸으로 친다.

고추장에 담은 '굴비 장아찌'도

굴비는 고려 인종 당시 이자겸의 난으로 법성포에 유배된 척준경이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조기를 왕에게 진상하며 ‘뜻을 굴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굴비(屈非)라는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됐다.
법성포는 포구 전체가 굴비거리로 조성돼 발길 닿는 곳 어디서든 제고장 굴비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그냥 말린 굴비뿐만 아니라 적당한 크기로 찢어 고추장에 박아 저장한 굴비장아찌도 구할 수 있다.
맛 기행에 이어 영광 불갑사와 내산서원을 들러보는 하루 관광길을 잡아도 좋고 해수찜질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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