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3일 안동수 법무장관을 임명 이틀만에 전격 경질한 것은 여론을 존중, `충성문건’ 파문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충성문건’ 파문이 일파만파의 확산일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사태를 수습하지 않을 경우 정권차원의 부담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법무가 취임사 초고에 `충성서약’ `정권 재창출’ 등 부적절한 어휘
를 사용한것도 문제지만 22일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한 이경택 변호사가 당일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지는 등 `거짓말 의혹’까지 제기됨으로써 사태는 `수습 난망’ 쪽으로 급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 장관을 계속 껴안고 갈 경우 후속 악재들이 터져 지난 99년`옷로비 사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심각하게 대두된 것도 조기경질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여권 핵심부는 물론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 마저 22일 밤부터 안 장관의 경질 불가피론이 급속히 확산됐으며,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통령은 안 장관의교체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특히 안 장관의 경질에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김중권 대표간 22일 회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충성문건’의 작성 경위와 안 장관 및 측근들의 해명내용, 여론의 동향 등을 점검한뒤 안 장관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자진사퇴’ 수순을밟는 것이 파문을 진정시키는 첩경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같은 의견을 김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여권 핵심부의 기류는 즉각 안 장관에도 전달됐으며 안 장관은 23일 오전 청와대로 한광옥 비서실장을 방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안 장관은 장관 임명후 논란에 대해 자진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안 장관이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은 내용은 문책성 해임이지만 `자진사퇴’라는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임명권자인 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통령은 `충성문건’ 파문이 해명과정을 둘러싸고 `거짓말 파문’으로확대될 경우 국민여론이 더욱 악화될 뿐만 아니라 정권 전체의 도덕성 시비로 연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안 장관을 조기에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충성문건 작성경위를 둘러싼 진실여부를 떠나`거짓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장관이 법무장관으로서 업무를 제대로수행하기 어렵게 된데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야당측의 정치공세를 피하기 위해 안 장관의 조기경질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주무장관으로서 도덕성에 상처를 안고 업무를 수행하기가 여의치 않은데다 안 장관을 경질하지 않을 경우 야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충성메모의 내용을 문제삼아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 자명하기때문이다.

여권으로서는 안 장관을 조기에 퇴진시킴으로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파문으로 인한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사상 최단기간에 장관을 교체함으로써 인사상 오점을 남기게 됐으며,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안 장관을 누가 김 대통령에게 천거했는지를 놓고 논란이일고 있다.

국민 여론을 존중해 정권의 핵심요직인 법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김 대통령의 선택이 이번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고 가뜩이나 여건이 어려운 국정 및 정국운영을 정상화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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