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신문에 끼워오는 광고지, 상점의 윈도에 보면 휴대폰이 0원 또는 1원이라고 한다.

음식점도 착한가격이라면서 ‘18,900원 초밥 무한리필’, ‘29,000원 한우 무한리필’을 선전한다.

그러나 휴대폰 판매장 직원도 공짜로 살 수 없는 것이 휴대폰이다. 똑같이 일식집 사장님도 20,000원으로 자연산 활어로 만든 초밥을 무한리필로 먹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유통구조이다.

휴대폰에는 약정기간을, 초밥에는 정체불명의 생선이 사용되지 않고서는 0원의 휴대폰이나 20,000의 무한리필 초밥을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휴대폰을 0원에 구매하였다고 즐거워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비싼 초밥을 숨도 못 쉴 정도로 먹었다고 자랑을 한다.

최근 횡성군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운영 중인 ‘횡성한우’란 상호가 들어간 식육가공 및 판매업소 88곳을 조사한 결과 14곳만 횡성한우를 판매하는 곳이라고 하고 있다.

등심, 살치살, 안창살, 채끝살과 같이 쇠고기 부위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상위에 올라온 고기가 한우인지 호주산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광어와 도다리를 ‘좌광우도’로 구분한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상위에 올라온 고기가 광어인지 도다리인지 구분하지는 못한다. 주인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먹는 것이 우리 내 습관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이념형으로 이야기하는 완전자유경쟁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모든 경제주체가 완전한 정보를 보유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다양한 규제로 공급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제품의 함량과 원산지 표시제, 음식재료의 원산지 표시제, 자동차의 연비 표시제 등이 모두 소비자의 알권리를 확보하고 바람직한 시장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지난 2009년 지역농민의 희망으로 시작된 보은군의 (주)속리산 유통이 설립된 지 3년 만에 해산하면서 1,400여명의 지역농민이 출자한 16억9,200만원의 자본금이 휴지조각이 되었다.

대부분 60세 이상의 노인 투자자들은 설립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원하고, 보은군이 참여하고, 공무원들이 군수의 역점 사업으로 농민들에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홍보를 하여 출자를 하였다고 한다.

사업의 좋은 면만 홍보하고 위험요인은 알려주지 않은 정보 비대칭을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이 조장한 것이다.

농민들은 주식회사에 출자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출자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정부나 자치단체에 투자하니 투자 원금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관료제는 죽거나 망하지 않는다는 환상이 군수와 공무원 그리고 주민에게 만연된 결과이다. 이제는 정부나 자치단체도 죽을 수 있고, 망할 수 있는 시대다. 자치단체장, 공무원 그리고 국민도 이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부문이 휴대폰 0원의 논리로 국민을 속이고, 주민을 왜곡시키는 것은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더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과거와 같이 책임 회피나 법적으로만 해결하고자 하면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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